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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생태도시의 조건2]정서적 느낌, 기억, 욕망의 저장고로서의 야생적 자연에 대한 사유

정서적 느낌, 기억, 욕망의 저장고로서의 야생적 자연에 대한 사유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5월 10일



공명수(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오늘날 생태학이 새롭게 주목받게 되는 배경에는 환경이라는 의미소에 내재해 있는 자연과 인간의 분리를 전제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생태학은 자연에 관한 제반 사실을 규명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생태학적 사유의 핵심적 내용은 자연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생명체가 제각기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공생 공존하며 생태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층생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태적 사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나 인간중심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자연을 접근하는 사고의 변화가 전제된 생태학적 이해력의 함양이다.
우선, 생태학적 이해력과 관련하여 미국의 자연사를 연구한 존 오파이(John Opie)의 견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파이는 삶의 근원적 배경으로서의 자연이 그 자체의 고유한 존재가치를 지닌다는 전제에 입각해 우리에게 자연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첫째로, 기존의 환경론자의 시각에서는 자연을 인간의 문화적 활동이 영위되는 부수적 배경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나, 생태학의 시각에서는 야생생태를 포함하는 자연 자체가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중요 인자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로, 생태학적 사고는 지역개발이나 국민총생산과 같은 성장 이데올로기에 치중하여 자연을 남용하는 기존 환경론자들의 편협한 인식을 비판한다. 셋째로, 생태학자들은 기존의 환경 개발론자들의 논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동시에 자연훼손과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는 상호 유기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파이의 입장에서 보면, 생태학은 인간의 문화적 활동과 자연의 역동적 상호작용이라는 자연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인식을 함축하고 있다.
사실, 생태학은 결코 자연을 단순히 관조의 대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생태학에는 자연이 인간의 삶과 유기적으로 얽혀 교감하는 삶의 본원적 장소로서의 존재성이 깊게 깔려 있다. 근대 산업사회 이후 그것의 중요성이 외면되었지만 최근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태학에 내재된 장소의 개념과 그것의 가치에 대한 연구는 생태지역학이나 경관학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학생태학자 뷰얼(Lawrence Buell)은 “반경이 10마일 정도 이내에 위치한 장소나, 혹은 한 나절 정도 걸을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는 장소는 평생 동안 관찰하여도 그것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는 쏘로우의 말을 인용하면서 장소에 내포된 삶의 존재성을 강조하고 있다. 뷰얼의 입장에서 보면 장소는 그것의 가치를 단번에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인간의 정서적 느낌이 강하게 얽혀있는 삶의 그물망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기억과 욕망도 함께 축적되어 있다.
특히, 뷰얼은 인간과 장소의 상호 복합적인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소는 인간 개개인에게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강한 귀속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근원적 복리(well-being)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소는 주변환경과 관계형성을 통해 그것의 가치가 성립되기에 이웃의 장소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의 복리는 극대화될 수 있다. 또한, 장소는 그 자체로서 존재성을 지니기에 의식과 결부된다. 장소에 내포된 존재성은 발전할 수도 아니면 퇴락할 수도 있는 가변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이 모두 장소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자연으로서의 존재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생명체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장소로 얼마든지 변모된다는 점에서 도시의 아무리 척박한 공간이라도 장소로서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장소는 물리적 환경으로서의 자연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계급이나 젠더와 같은 사회적 관계나 정신적 관념을 포함하는 의미소로 발전되고 있다. 생태학의 논의에서 인간 개개인이 살고 있는 주변 지역의 자연경관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태적 사유의 첫 걸음은 인간 개개인의 실존이 살아 있는 지역에 얽힌 정서적 느낌이 담긴 야생적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기억과 욕망의 저장고로서의 자연경관은 인간의 심성 및 실존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의 광활한 자연이 유럽의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극복할 수 있는 자산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된  살아있는 자연의 역사를 학습해야 한다. 유럽의 자연과 달리, 문명의 떼가 묻지 않은 야생 상태 그대로의 황야는 미국적 자연의 진정한 가치요 미국적 장소의 본질인 것이다. 뉴욕 허드슨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화폭에 담은 토마스 코울(Thomas Cole)은 유럽의 풍경과는 차별화된 미국적 풍경의 특징으로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풍경은 구라파인들에게는 생소한 자랑스런 특징이 있다. 미국적 풍경의 차별화된 인상적 특징은 그것의 야생성에 있다.” 신으로부터 외면되었던 거친 황야가 꿈과 희망이 숨쉬는 신생 공화국의 자긍심의 원천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어 장소의 본질을 살리는 생태학적 지혜를 그들 스스로 실천하였기에 이들은 신대륙에 프랑스인이나 영국인의 정서적 느낌이나 기억이나 욕망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존재성을 자연 속에 투시하였기에 현재 미국적인 야생성을 통해 그들만의 자긍심을 선물 받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럽의 자연과 차별화를 시도한 신대륙의 예에서 보듯, 아직 개발되지 않은 야생성이 남아 있는 포천의 생태도시를 위한 조건은 생태학적 장소의 지혜에 그 해답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포천을 서울 같은 포천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포천의 생태도시의 꿈은 멀지않아 슬픈 악몽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오로지 생태도시를 위한 포천인들의 생태학적 상상력에 대한 인식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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