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시인)
선물에는 두 가지 이유와 까닭이 필연적으로 상존한다. 하나는 버리고 싶은 것과 또 하나는 간직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한편 마음으로 챙기는 무형의 선물이 있는가 하면 상품으로 주는 유형의 선물이 있다. 두 방법 모두가 서로 감지하며 때로는 울안에 갇히는 것이 선물이 가지는 무서운 칼과 방패다. 선물은 도전과 방어다. 늘 품앗이적 부담이 작용한다. 세상에는 결코 지식의 노하우나 정보를 선물로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의 꼬리를 뚝 잘라 주는 법도 없다. 선물은 분수를 지키기도 하지만 그것이 요구하는 묵시적 바람은 화살보다 구체적 과녁을 표적으로 할 때는 무엇보다도 무서운 올무다. 살다보면 선물이 뇌물이 되어 사람의 몸 속에 바이러스처럼 우연히 침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균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뇌물이라는 바이러스는 치료가 대단히 까다롭다. 그래서 사람은 선물이던 뇌물이던 받으면 그 안에 갇히려 하지 않고 크거나 작거나 생각의 굴렁쇠를 돌려가며 노래를 할 줄 아는 아주 영악한 판단과 기술로 자신의 운동장을 열심히 돈다. 그럴 때 인간은 자본적 변명의 묘안으로 상품이건 종이돈 이건 간에 하늘에다 꽃을 심고 나비를 부른다. 때로는 선물처럼 상쾌한 간식은 없다. 또한 그 간식처럼 즐거운 포만감도 없다. 이처럼 선물은 수레를 끌거나 삽질을 할 때 땀을 식혀주는 한 사발의 막걸리며 한 잔의 사이다 같은 인스턴트식품이다. 선물을 주고받은 관계가 평소보다 더 좋은 사이가 되면 그 선물은 건강보조식품이 되며 한편 관계가 악화 되면 그 선물은 발가락의 티눈으로 바뀐다. 그러므로 선물의 의미는 남산의 불꽃놀이여서도 안 되며 검은 양복 주머니의 코사지여서도 안 된다. 선물은 입가의 미소로 적은 ‘감사’의 두 마디로 족해야 한다. 마음으로 켜는 선물의 전등이야말로 막힌 세상의 초록불이며 과속으로 질주하는 세상의 브레이크페달이다. 그래서 목마른 사회의 냉수 한 잔이 더 고마운 것이다. 하늘의 기러기 떼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따뜻한 협동과 질서로 푸른 창공을 따 먹고 잘도 살아간다. 소의 등을 훔쳐 먹고 사는 쇠파리 역시 선물 없이도 굶주리지 않는다. 한탄강의 은어가 낚시 밥을 무는 것도 한낮 노동의 입질일 뿐 선물로는 생각지 않는다. 의도적 불순한 선물은 옹매듭을 푸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것이다. 가슴으로 꺾어주는 선물은 인정어린 꽃다발이지만 목적이 담긴 선물은 목구멍의 가시다. 장도리는 못을 빼지만 고깃덩이를 포장한 선물뭉치는 가슴에 못을 박는다. 더러 책으로 하는 선물은 가을날의 엽서 같지만 지나친 사탕발림의 선물은 이를 상하게 하고, 유행하는 옷의 화려한 선물은 옳은 발걸음을 절름발이로 만든다. 소박하고 조건 없는 선물은 꿈을 갖게 하며 감사와 고마움의 작은 선물은 인간관계를 화목하게도 한다. 비겁한 선물은 삶의 가운데로 던져진 주사위 운동에 반칙만을 유도할 뿐 이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나눔과 희생이며 봉사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이 기쁠 때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게 받아서 심기가 몹시 불편할 때도 있다. 기쁜 선물은 옛 친구처럼 다가와 손을 잡지만 불편한 선물은 포장이 먼저 어깨에 내려 앉는다. 어떤 날의 선물 보다는 맑은 아침에 까치를 데리고 안부를 묻는 한 통의 편지가 훨씬 값지다. 배달하는 선물보다는 들고 가는 무릎이 더 인간적이다. 그래서 선물은 인간이 행하는 부러진 양심의 예술이자 하늘이 인간에게 일러준 가장 흥미 있는 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