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52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지나온 세월은 모진 가난과 무지로 여러 형제가 헐벗었던 유년기를 경험했고, 6.25전쟁 참화의 와류속에 헤멘 소년기를 겪었으며, 새마을 운동에 짐을 저 나르던 청년기를 거치며, 일터와 직장을 찾아 도시로, 중동으로 나갔고, 내 집 하나 마련할 때까지 세를 살았고, 자식들 공부시키려고 허리띠를 졸라 맸던 장년기를 지나다보니, 그 풍진세상을 다 겪다가 마침내 맞이한 우리들의 노년기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지나온 이 모든 세월에 감사하며, 순종하며 고락을 함께 한 나이 든 친구이자 보호자 같은 아내 하나는 있지 않습니까? 우리 시대는 기구하고 암울하며,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대에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다 보니 가는 줄 모르게 세월이 갔고, 오는 줄 모르게 노년이 왔습니다.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되니 정말 배워도 헷갈리고 갈수록 기억력도 쇠잔해 가는데 자식들 사는 아파트의 이름부터 영어로 길게 되어 생각나지 않고 예컨대 호반 리젠시빌 스위트 웰빙타운~~ 영어를 배웠어도 간판, 앱 이름, 약 이름, 회사 이름, 품명이 생각나지 않는 상품명 등 초고속으로 변해 가는 세상사에 영혼마저 어지럽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통 오는 문자와 카톡을 보며 지우고 지워도 가짜 뉴스, 가짜 건강 정보들이 진짜와 섞여 머리를 헛갈리게 만듭니다. 나이들어 운동이나 하든지, 아니면 청소일을 하며 살면 되지만, 돈 벌려고 욕심내다 보면 자연스레 유혹에 빠지게 되어 어떤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한 방에 훅 가서 노후자금을 몽땅 탕진하는 장년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수법이 날로 다양한 보이스피싱 전화와 문자들, 부자 된다던 다단계 판매, 은행 창구의 펀드 유혹, 친절하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기획부동산, 싼 이자 대출 문자, 귀신도 잃고 간다는 주식투자의 유혹, 24시간 거래되는 정체불명의 비트코인 등 수백 가지 유형의 투자 유혹이 노년을 홀려 돈 잃고 땅을 치게 만드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판 문명 세대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지식인에 속했는데, 컴퓨터 문명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배워도 끝이 없고, 늘 왕초보자 영역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전원주택과 별장이 좋다지만, 그것도 50~60대 초 이야기이고 65세 넘어가면 모두 헛소리이니 도시로 나와야 합니다.

우리 세대는 부부 중 먼저 가는 사람은 한 쪽 배우자가 보살펴주고, 자기 차례가 오면 좋든 싫든 이제 자식들이 보내기 전에 스스로 요양원으로 가야 하는것이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절대로 세상일에 욕심내지 말고, 이제 돈 버는 게 기술이라면 돈 지키는 건 예술이니 예술을 통해서 알량한 돈이지만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자식도 친척도 친구도 예외가 아니니 정신 차려야합니다. 이마에 사기꾼이라 써 붙이고 다니지 않습니다.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 대열로 이끈 우리 세대의 산업 전사들이여! 그동안 살아오시며 고생많았고, 참 수고하셨습니다. 위 글은 노인 전문가들의 제안이니 모두 숙지하셔서 남은 생애를 건강하게 웃으면서 삽시다.

장년 여러분, 오늘도 힘내세요!

김남영/ 노인빈곤문제연구소장, 포천신문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