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간식(宵衣旰食)이란 말이 있다. 줄여서 소간(宵旰)이라고 한다. 새벽(宵)에 옷을 입고 해가 진 후(旰)에야 식사를 할 정도로 국왕이 정사에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소간지우(宵旰之憂)라는 말도 있다. 국왕이 아침저녁으로 나랏일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임금이 이러 할진데 백성이야 말해 무엇하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부지런해야 한다. 게으름 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되돌아봐야 한다. 반성(反省)하고 성찰(省察)해야 한다. 반성과 성찰 없이 부지런하기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잘못이나 옳고 그름을 깨닫기 위해 스스로를 돌이켜 살피는 것이다. 성찰한다는 것은 자신이 한 일을 돌이켜 보면서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이다. 양심에 가책(呵責)되는 일이 없는가 겸허히 살피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깊이 헤아려보는 것이다. 반성은 타인의 시선(視線)을 의식(意識)하는 것이다. 타인의 질책(叱責)을 의식하는 것이다. 성찰은 그게 아니다. 성찰은 양심적(良心的)인 것이다. 양심의 가책(呵責)을 의식하는 것이고 대의(大義)를 의식하는 것이다. 관찰(觀察)을 뛰어넘어 통찰(洞察)하는 것이다.
관찰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고 통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관심을 가지고 꿰뚫어보는 것이다. 물론 일을 잘못했을 때는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속죄(贖罪)하고 다짐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통찰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근본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살펴야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지향점(指向點)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상은 옳은 대로만 가지도 않고 그른 대로만 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치대로 가기 때문이다. 옛날에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먼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 국왕은 반성해야 했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폭군인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치고 천자가 되었는데 7년 동안 큰 가뭄이 들었다. 탕왕은 몸에 흰띠를 두르고 상림(桑林)에 나가서 기우제를 지내며 통절하게 반성했다. “정사에 절도가 없었습니까?(政不節與), 백성들을 괴롭게 했습니까?(使民疾與), 궁궐이 사치스러웠습니까?(宮室榮與), 측근의 청탁을 받았습니까?(婦謁盛與), 뇌물이 오갔습니까?(苞苴行與), 남을 헐뜯는 것이 성했습니까?(䜛夫興與)” 그러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탕왕이 자책한 여섯 가지를 되새겨보면 요즘 정치에도 경종이 될 만한 대목이 너무 많다. 성찰하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놓고 티격태격해서는 안 된다. 위로부터 말단 관료에 이르기까지 자성(自省)하고 자성해야 한다. 묵자(墨子)는 나라의 일곱 가지 환난(患難) 중에서 다섯 번째 오환(五患)을 “임금이 스스로 신성하고 총명하다고 여겨 일을 할 때 묻지 않는 것(君自以 爲聖智而不問事)”이라고 말했다. 위정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공직자가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갑(甲)의 입장에서 으스대지 않았나 깊이 반성해야 한다. 민(民)을 을(乙)로 보고 처신하지 않았나 깊이 반성해야 한다.
송계삼조정요(宋季三朝政要)라는 책에 “민심의 향배가 곧 천심이다(民心之向背卽天心)”라는 말이 있다. 민심을 얻은 자가 곧 천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민을 도외시(度外視)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란 말이다. 의(義)를 저버린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란 말이다. “대의(大義)란 정치에 있어서 천금과 같은 것,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통치자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이것이 정치의 근본이다.” 정관(貞觀)의 치(治) 시대를 열고 당태종 이세민을 중국 역사에 손꼽히는 명군으로 세운 대정치가 위징(魏徵)의 말이다. 탐관오리(貪官汚)가 옛날에만 있는가? 아니다. 지금도 있다. 작금에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을 보라. 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배후(背後)를 보라. 민을 위한 정치였나? 관(官)을 위한 정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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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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