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과 글로서 뜻을 전달하고 의미(意味)를 전달한다. 언어(言語)는 뜻을 지닌 소리요, 문장(文章)은 의미를 담은 글이다. 나는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는 두 개의 문자(文字)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 하나는 소리글(phonetic character)이요. 다른 하나는 뜻글(meaning character)이다. 우리는 소리글과 뜻글을 같이 쓰고 있다. 그런데 소리글로만 쓸 때에는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극복’이라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소리글로만 쓴다면 내가 전하고저 하는 말이 克服인지 克復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극복’이라는 단어는 뜻글자로 위에서 보는 것처럼 두 가지로 표기한다. 克은 사람이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이고 일어나는 모습에서 ‘이기다’라는 뜻이다. 克服은 ‘싸움에 이겨서 적을 복종시키다’라는 뜻으로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냄을 이른다. 克復은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줄임말이다. 이는 논어(論語)의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克己復禮爲仁)’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克己는 아집(我執)이나 사욕(私慾) 등을 꺾는 것을 말하고 復禮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예(禮)를 좇아 행하는 것을 말한다.
克服이 외부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이라면 克復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을 많이 한다. 외부의 적과 싸워서 이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수천의 적과 싸워 이기는 사람보다 자신과 싸워 이기는 사람을 전사(戰士) 중의 전사라 부르는 이유이다. 자신과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포기(抛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으름 피거나 한눈팔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있다. 맘먹은 일이 삼일도 못 간다는 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한번 맘먹었다면 끝가지 밀고나가야 한다. 집념(執念)을 가지고 해야 한다. 사명감(使命感)을 가지고 해야 한다. 남을 탓해서도 안 되고 외면(外面)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중원(中原)에서 패한 것은 집념에서 졌기 때문이다. 머리가 모자라고 체력이 모자라서 패한 것이 아니다. 지략(智略)이 모자라고 군력(軍力)이 모자라서 패한 것이 아니다. 집념에서 졌기 때문이다. 저들은 왕조(王朝)를 바꿔가면서 까지 타도(打倒) 고구려(高句麗)를 외쳤다.
당태종(唐太宗)과 수양제(隋煬帝)가 그러한 사실을 교훈적(敎訓的)으로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우리는 사무치게 인식(認識)해야 한다. 고구려의 상무정신(尙武精神)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그 기상(氣像)을 이어가야 한다. 그 기품(氣稟)과 의용(儀容)을 이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를 버려야 한다. 탐욕(貪慾)을 버려야 한다. 대의(大義)를 생각하고 명분(名分)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나라를 생각하고 후대(後代)를 생각해야 한다. 주권을 잃고 나면 처자(妻子)는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절감(切感)해야 한다.
병서(兵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危殆]라는 말이 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의 주변을 보라. 어떠한가? 4강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그뿐 아니다. 핵(核)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 있다. 어느 한 곳도 안심할 수 없는 형국(形局)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국제간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했다. 국익(國益)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것이 국제간의 트랜드(trend)다. 흐름이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국제간의 흐름이다.
본말이 전도(顚倒)되어서는 안 된다.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國家安保)가 우선이다. 물론 절차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이다. 안보가 우선이다. 나라가 흔들리고 주권이 흔들리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소용없는 일이다. 솔로몬의 지혜(智慧)로 이 난국(難局)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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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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