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공정(公正)하고 공평(公平)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리고 그 말을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그 뉴앙스(nuance)는 다른 것이다. 公正은 ‘바르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고 公平은 ‘같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다르지 않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공정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바르게 처리한다는 것이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차별하지 않고 동등(同等)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대등(對等)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공정과 공평에서 公은 ‘무리’라는 뜻이다. 대중(大衆)이라는 뜻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여럿이라는 말이다. 상대(相對)가 있다는 말이다. 正은 ‘바르다’는 것이고 平은 ‘고르다’는 것이다. 공정은 누가 봐도 바르다는 것이다. 甲이라는 사람이 볼 때 다르고 乙이라는 사람이 볼 때 다르면 안 되는 것이다. 누가 봐도 곧아야 하는 것이다. 평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甲이라는 사람에겐 이렇게 적용되고 乙이라는 사람에게는 저렇게 적용되면 안 되는 것이다. 바른 잣대로 고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정은 자연의 잣대요, 공평은 인간의 잣대다. 공정은 자연이 정해준 기준(基準)이다. 자연이 정해준 기준이기 때문에 절대적(絶對的)인 것이다. 절대적이란 상대(相對)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시공(時空)을 초월(超越)해서 언제나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 공평은 공정에 가까이 가려는 우리 인간(人間)의 마음이요 그 몸부림이다. 모든 것을 공정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노력의 산물(産物)이다. 이처럼 공정은 기준을 따르는 것이고 공평은 그 기준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공평은 정의(正義)가 뒷받침될 때 빛나고 義는 의(意)가 뒷받침 될 때 힘을 받게 된다. 우선은 마음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 뜻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마음이 삐딱하게 되면 義도 기울고 平도 기운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配慮)해야 한다.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본 正義가 상대의 입장에서는 부정의(不正義)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생(相生)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정만 말해서는 안 된다. 공평도 말해야 한다. 공정이 공평에 의해 보완(補完)될 때 정의가 충족(充足)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들이 왜 불평불만을 토로(吐露)하는가? 배가 고파 그러는가? 배가 아파 그러는가? 물론 배가 고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그게 아니다. 배가 아파 그러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 배가 고파도 참는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불평하는 것이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말 탄 사람은 고삐 잡은 사람의 배고픈 심정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위정자(爲政者)들이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한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우리 사회를 풍미(風靡)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철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모두 기(技)의 자리에 서 있다. 생업(生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모두 기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정(政)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기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정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정치(政治)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政은 누구의 지배를 받는가? 정은 의(義)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바르게’ 하지 않으면 정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공자도 ‘정치(政治)는 정야(正也)’라고 말한 것이다. 공정과 공평의 함수(函數)로 정의를 내세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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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3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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