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가운데 퇴색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퇴색(退色)이라고도 쓰고 퇴색(褪色)이라고도 쓴다. 발음은 같으나 뜻글자로 쓰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褪色에서 褪는 ‘엷어지다’는 것이고 退란 ‘물러나다’는 것이다.
색채(色彩) 같은 것이 햇볕에 바래어 그 색깔이 희미해지는 것을 褪色했다고 말하고 관행적(慣行的)으로 쓰는 말이 그 본래의 뜻을 벗어나 달리 사용되면 退色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褪는 자연의 영역이고 退는 인간의 영역이다. 褪는 자연이 지배하는 것이고 退는 인간이 지배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뛰어난 화가의 작품(作品)일지라도 햇볕이나 습기 같은 것으로 인해 본래의 색을 잃게 된다. 또한 훌륭한 목수가 지은 건축물(建築物)도 비바람을 맞아 온갖 풍상(風霜)을 겪게 되면 본래의 모습을 잃게 된다. 이처럼 사물(事物)이나 색(色)이 외부 환경의 영향(影響)을 받아 본래의 모습에서 점차 변하는 것을 褪色했다고 하는 것이다. 한편 어떤 의미(意味)나 가치(價値) 따위가 이전보다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 본래의 뜻을 벗어나 그 취지(趣旨)가 退色됐다고 말들 한다.
예컨대 딸을 시집보낼 때 시가(媤家)에 예를 차리기 위해 보내는 예단(禮緞)을 관행(慣行)대로 보내지 않고 값비싼 물건이나 현금으로 보내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또한 교육환경이 열악(劣惡)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한 농어촌 특별전형(特別銓衡)이 일부 도시 학부모들의 위장전입(僞裝轉入)으로 제도의 기본취지가 무색(無色)해지는 경우도 그런 것이다. 그뿐 아니다.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법안(規制法案)이 중소기업의 진출을 가로막고 외국기업만을 살찌우게 만드는 것도 그런 것이다.
흔히 ‘세월을 이기는 장사(壯士)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렇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말한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事實)이다.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알아야 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제의 내[個人]가 아니고 어제의 삼성[大企業]이 아니다. 아니 어제의 우리나라[韓國]가 아니다. 언제 추격(追擊)당할지 모르고 언제 추월(追越)당할지 모른다. 앞을 내다보고 미리 미리 대비(對備)해야 하는 이유이다.
경제민주화(經濟民主化)도 필요하고 복지사회(福祉社會)도 필요하다. 더욱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파악(把握)하고 이에 대처(對處)해 나가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복지사회로 가야 한다고 국익(國益)에 해를 끼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주변 열강(列强)과 북한(北韓)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예의주시(銳意注視)해야 한다. 우리의 주권(主權)을 넘보고 우리의 국력을 뒤흔들려는 그들의 속셈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심도(深度)있게 살펴야 한다.
외치(外治)뿐 아니라 내치(內治)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만들어내는 각종 법안(法案)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인가? 자성(自省)해야 한다. 깊이 성찰(省察)해야 한다. 위정자(爲政者)와 공직자(公職者)들은 통찰력(洞察力)과 예지력(叡智力)이 있어야 한다. 먼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예지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이 있어야 한다. 그들 자신이 아니라 먼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 결단력(決斷力)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단호(斷乎)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褪色하도록 내버려둬서도 안 되고 退色되도록 일을 왜곡(歪曲)시켜서도 안된다. 오로지 멸사봉공(滅私奉公)해야 한다. 공덕비(功德碑)는 죽어서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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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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