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그 때 각국 정상들이 짬짬이 환담(歡談)을 나누고 그 부인들이 한담(閑談)을 나누면서 우의(友誼)를 두텁게 다졌다고 한다. 여기서 각국 정상들이 나눈 환담이란 무엇이고 그 부인들이 나눈 한담이란 무엇인가? 환담이나 한담이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면에서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격(格)이 다른 것이다. 한담은 심심풀이로 하는 말로 그다지 긴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나 환담은 그렇지 않다. 환담은 어떤 긴요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전에 나누는 정담(情談)을 말하는 것이다.
우의를 다지기 위해 나누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지향점(指向點)을 놓고 볼 때는 이처럼 다른 것이다. 한담은 한가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음이 편안할 때 나누는 대화(對話)이다. 심적으로 어떤 부담을 느낀다든가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화라면 그것은 한담이 아니다. 또 어떤 목적의식(目的意識)을 가지고 의중(意中)을 떠보기 위해 나누는 대화라면 그것도 한담이 아니다. 한담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담은 이해관계를 초월(超越)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대가(代價)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환담은 그게 아니다. 환담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누는 대화다. 그것을 직설적(直說的)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상대의 의향(意向)과 심기(心氣)를 살피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본론을 말하기 전에 포석(布石)을 하는 것이다. 정지작업(整地作業)을 하는 것이다. 상대의 심기를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호감(好感)을 갖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담과 한담은 이처럼 격이 다르고 목적의식이 다른 것이다.
정상들의 환담 속에는 이처럼 어떤 전략(戰略)이 숨어있고 전술(戰術)이 숨어 있다. 상대가 정답게 환담을 나누고 미소 짓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환담하는 가운데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고 전술을 읽어야 한다. 같은 사안(事案)을 놓고도 아! 하는 게 다르고 어! 하는 게 다르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대의 의중을 읽어야 한다. 살린다는 이야기인지 죽인다는 이야기인지 판단해야 한다. 허허실실 전략에 넘어간 다음에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이미 때는 늦었고 배는 떠났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예를 수 없이 본다. 우리라고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 같은 보장은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이다. 허허실실 속에 비수(匕首)가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G20 의장국이 되면서 우리나라는 질서 따르는 나라(rule obeyer)에서 질서 세우는 나라(rule setter)군에 편입됐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질서 세우는 나라에 편입됐다. 그리고 부국(富國)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그 후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환담은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언제 어떻게 국제정세가 바뀔지 모른다. 언제 어떻게 국제무대에서 뒤쳐질지 모른다. IT강국을 자랑하던 우리가 오늘 어떻게 되었는가? 미래를 내다보고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뜻이 다르고 이념(理念)이 다르다고 해서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먼저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나라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고 나라가 있어 정당(政黨)도 있는 것이다. 정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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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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