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포천 이야기> (51)

수필가 김창종

양과 염소는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내 고향 포천에는 산과 들에 염소가 즐겨 먹을 수 있는 사료용 풀들이 즐비하여 산모가 있는 집이나 노인들을 모시고 사는 집에서는 가축을 길러 염소젖으로 산모의 젖을 대신하거나, 노인공양의 영양식으로 제공되어 왔다.

요즘은 ‘왕방산 육골즙’을 비롯하여 염소의 뼈를 주재료로 하는 보양식이 생산되어 특산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고려말 이성계가 꿈속에서 양(洋)을 잡으려고 하는데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꿈을 깼다고 한다.

무학대사를 찾아가 꿈 이야기를 하니 한자(漢字) ‘양(洋)′에서 뿔에 해당하는 부분과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니 ‘王(왕)′자만 남게 된다고 예측하였다. ‘이성계 너는 장차 왕(王)이 될 것이라′는 암시적 예측이다. 이 일로 양은 재물, 행운, 성공의 상징이 되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속죄양(scapegoat)의 이미지이다.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음으로써 사람을 깨끗하게 해 인간과 신을 화해(和解)시키는 역할이다. 그래서 예수교 성서에는 예수를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묘사하고 있다. 먼저도 말했듯이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고 염소띠, 양띠 등으로 불렀으며, 양띠의 성격은 온순하고 침착해 양띠해에는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양띠생은 집안 사정이 가난해도 개의치 않고 학문에 전념한다고 한다. 그래서 학자중에 양띠생이 제일 많다고 한다.

학구적인 사색을 즐기며 간섭받기를 싫어해 교수직, 교사직, 언론인, 문인, 학자 등이 알맞으며 상업, 사업, 정치, 기술직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설이 있어왔다. 그러나 양은 고지식함‘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속담도 있다. 양띠생은 쥐띠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쥐는 양의 배설물이 조금만 몸에 묻어도 털이 썩어들어 가고 다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양과 쥐의 동물적인 이야기나 상징성을 만물의 영장(萬物之靈長)인 인간의 상징성과 성품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그저 띠도 사람이 만든 해(年)의 이름이 아니겠는가? 모두 이야기에 불과하고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화재(話材)에 불과하다는 점을 첨단과학의 신세대를 사는 우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만 띠의 의미는 그해 그해 띠의 좋은 면과 희망의 상징성을 받아들여 희망의 새해를 축복속에서 살자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네 양띠지? 또 손자도 양띠라면서? 올해는 재물도 생기고 행운과 성공의 해가 되는 집안이구먼 덕담의 재료로 활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띠의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