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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햄릿형의 허무주의는 극복이 가능한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5월 23일

요새 우리 정치판의 모습은 매우 난장판으로 점철되고 있다. 한국 현대 정치사를 보면 독재와 구데타로 어려울 때도 나름대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여야가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공방을 하는 모습을 견지해왔다. 양당 제도로 정착되어 노선이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던 정치인들이 지역 감정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 희생물이 되어 정치적 신념보다 왜곡된 흐름에 편승하는 기회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양 김씨는 독재에 투쟁하는 정치적 동지이면서도 정권교체라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지역적 연고의 지지세력에 의해서 나뉘어 적대세력이 되고 말았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민주당의 후보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호남인에게 배신감을 심어주었고, 그가 주창하던 탈지역구도에 실패하고 말았다. 요즈음 범여권의 후보로 부상하던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경우도 정치판의 혼돈을 견디지 못하고 대선후보를 포기함으로써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게 한다. 그야말로 한국정치의 허무주의가 너무 팽배하여 진보적 개혁세력이 현저히 쇠퇴하고 오히려 박정희 전대통령의 산업세력을 대안으로 하려고 하는 역사적 퇴보가 보이는 것도 한국정치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다. 경선룰을 두고 공방을 하던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사이의 조정이 이루어졌지만,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익스피어는 『햄릿』에서 부왕이 동생 클라우디우스에게 시해된 후 복수를 부탁하는 유령에게 맹세를 한 햄릿이 심한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허무주의란 사람들이 절대가치라고 믿고 있던 종교․철학․도덕 등의 기존가치가 혼돈에 빠질 때 발생하는 무기력증이다. 동생이 형을 정치적 목적으로 살해한다든지, 아내가 자신의 정욕 때문에 시동생과 성관계를 가져 배반하는 부도덕한 일이 벌어진 덴마크는 이미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절대가치를 상실한 상태이다. 이 혼란의 중심에 서있는 햄릿은 극심한 허무주의에 시달린다. 그는 "사느냐, 죽느냐, 그 것이 문제로구나. 이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몰려드는 환난에 대항하여 이를 근절하는 것이 장한 일인가? 죽는다는 것은--잠자는 것, 그 뿐이다. 잠듦으로써 고뇌와 육신이 물려받은 온갖 타고난 고통을 끝장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만사의 궁극적 해결책이다."이라고 독백을 통해 삶을 벗어 던지고 죽음으로 향하고자 하는 내심을 토로한다. 절대가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삶은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당시의 왕이란 국가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절대적 존재로서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유령으로부터 부왕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작은 아버지 클라우디우스를 더 이상 따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의 죄를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를 획득하지 못한 이상 감히 복수를 결행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절대가치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무능력을 느끼고 있는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혼돈의 고통을 당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는 햄릿이 처한 혼돈과 유사하다. 어느 후보에게도 믿을만한 신뢰를 주기 어렵다. 그들의 일부가 산업화나 민주화에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진정한 리더로서 존경을 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의 주자들은 소위 도토리 키 재기식의 왜소감에 시달리며, 야당 후보들 또한 산업화의 주역들의 조역으로서 결코 큰 점수를 주기에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도덕적 불감증을 상징하는 차떼기당을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구해냈다는 점수만으로 국가의 리더로 존경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독재정권과 손을 잡고 온갖 특혜를 누린 재벌을 위해 일익을 담당했다고 그를 칭송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들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을 우리 앞에 리더로서 세우기 전에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햄릿은 클라우디우스에 대한 부친살해의 의심을 가졌기에 검증의 과정을 가지고자 한다. 그의 번드레한 정치적 수사 뒤에 숨어있는 음침한 죄의 진실을 밝히려 하는 것이다. 그의 앞에서 부왕살해의 장면과 똑같은 "곤자고의 살인"이라는 연극을 하게 하여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살핀다. 클라우디우스는 이 검증의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죄의식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견디다 못해 공연을 멈추게 하고 뛰쳐나가버린다. 연극적으로는 이런 검증의 수법을 ꡒ쥐덫ꡓ이라고 부른다. 자,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하고자 하는 자는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쥐덫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성공하는 자를 국민들은 서슴지 않고 지도자로서 선택할 것이다. 국민들은 대선 후보가 지역감정이나 독재, 부정부패. 부정한 축재를 하지 않았는지 쥐덫에 집어넣고 철저히 조사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언론들의 괜한 여론조사나 언론조작의 허수는 아직 설익은 감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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