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희=칼럼] 무능하고 나쁜 지도자를 만난 백성

	<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

역사를 공부해 보면 우리와 중국과는 잊으면 안될 처참한 역사가 있었다. 병자호란 당시 청군(淸軍)은 조선 여성들을 사로잡는데 온 힘을 다했다. 특히 젊은 여성을 잡으면 첩으로 삼을 수도 있고, 팔아서 돈을 챙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1637년 1월 강화도가 청군에 의해 함락되었을 때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은 처참했다. 많은 여성이 청군의 능욕을 피해 자결을 선택해야 했고, 노소를 막론하고 목을 매거나 칼로 스스로를 찌르고, 바다에 몸을 던지는 여성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사대부들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혹은 딸과 며느리에게 자결을 독촉하는 처참한 장면도 있었다.

살아서 잡힌 여성들은 심양으로 연행되었고, 끌려가는 도중 많은 여성이 청군 장수들의 첩이 되어야 했다. 심양에 도착한 뒤에는 더욱 처참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이 첩을 데려온 것을 질투했던 본처들 중에는 조선 여성에게 설설끓는 물을 퍼부어 얼굴을 흉하게 만들었던 자들도 많았다.

포로가 된 여성들 중에는 몸값을 치르고 속환(贖還)되는 행운을 잡은 여성도 있었지만 귀환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그녀들에게는 환향녀(還鄕女)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특히 사대부의 유부녀들은 <정결을 잃었음으로 본래의 남편과 재결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1638년(인조 16년) 3월 부원군 장유(張維)와 전(前) 승지 한이겸(韓履謙)은 조정에 각각 호소문을 올렸다. 장유는 "며느리가 속환되어 왔는데 조상의 제사를 차마 받들 수 없으니 외아들이 이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이겸은 "딸이 속환되어 왔는데 사위가 딸을 버리고 새 장가를 들려고 하니 그것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상반된 호소 앞에서 조정의 논의는 갈라졌다. 일부에서는 <이혼을 허락하면 속환을 원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수많은 여성들이 이역의 원귀(寃鬼)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상당수 신료들은 "잡혀간 것이 본심은 아니지만 이미 정절을 잃었으니 억지로 결합하게 할 수 없다."며 이혼을 허락하라고 주장했다.

무능한 인조는 처음에는 이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날이 갈수록 대간(臺諫)을 중심으로 이혼을 허락하라는 공세가 거세졌다. 1638년 6월 예조에서는 이러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재결합을 원하는 사람과 이혼을 원하는 사람 모두 소원대로 해 주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대부 집안에서 환향녀 출신 며느리를 내치는 것을 합법화해 주는 조치였을 뿐이었다. 결국 수많은 환향녀가 버림을 받는 비극이 속출했다. 병자호란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결코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잊어서는 안 될 역사가 아니겠는가.

이 비참한 역사의 1차적인 책임은 당시 침략을 감행한 청나라에 있지만 무능한 임금 인조의 책임도 크다. 광해군은 도덕적으로 비록 약점은 있었지만 무능하지는 않았다.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는 이미 망국을 피하지 못할 것임을 정확히 간파한 광해군은 절묘한 중립외교로 조선이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 않게 만들었다.

8.15해방 이 전(前)의 대한독립 만세는 의(義)로운 애국자 만이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 의거(義擧)지만, 이 후(後)의 대한독립만세는 친일파 쓰레기들도 할 수 있는 행위이다. 평시에는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이 혼란기에 정치인들의 행위를 잘 보고 기억해 두어야 한다.

무능하고 나쁜 지도자를 만나면 국민들만 아무 죄없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루이 16세가 포악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무능해서 일어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애국심과 능력과 도덕성과 실력만으로 지도자를 세심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다.

<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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