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일까. 30년이라는 긴 세월, 포천의 정치사를 온몸으로 써 내려온 박윤국 전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정치란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는 배우의 숙명보다는, 그 무대 뒤편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고독한 '인고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당원이자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온 시민으로서, 최근 박 전 시장이 마주한 딜레마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저 안타깝고 무겁기만 하다.
그의 정치 인생은 도전과 회귀의 연속이었다. 오래전, 안정적인 포천시장직을 던지고 국회의원에 도전했을 때, 우리는 그에게서 더 큰 정치를 향한 뜨거운 야망을 보았다. 비록 그 도전은 쓰라린 실패로 끝났고, 그는 쏟아지는 질타와 부끄러움을 감내하며 다시 포천시장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인고의 시간은 그 자체로 그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무게였으리라.
하지만 역사는 얄궂게도 반복되는 것일까. 3년 전 시장 낙선 후, 본인이 직접 영입했던 이철휘 위원장과의 갈등 끝에 표결까지하며 지역위원장 자리를 다시 차지하고 나선 지난 총선에서도 그는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전국적인 민주당의 승리의 바람 속에서도 홀로 멈춰 서야 했던 그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깊은 씁쓸함을 남겼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들려오는 그의 지방선거 도전 소식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던 그 자리, 포천시장직을 향해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는 그의 앞에는 이미 까마득한 후배들이 먼저 깃발을 꽂고 서 있다.
박 전 시장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바쳐 닦아온 길, 마지막으로 불태우고 싶은 그 자리에 후배들이 먼저 나서서 소위 '모양 빠지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으니, 그들이 얼마나 야속하고 밉게 느껴지겠는가. 선배의 길을 터주기는커녕 앞을 막아선 후배들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은 '상도(常道)'와 '아름다운 퇴장'의 가치다. 후배들의 자리를 뺏는 모양새를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는 도전이 과연 시민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자칫하면 지역 사회를 위한 헌신이 아니라, 내려놓지 못한 미련과 집착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두렵다.
30년 정치 거목(巨木)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흙탕물 싸움에서의 승리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박수 칠 때 떠나는 '대인배의 풍모'다.
지금 박 전 시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 앞에 서 있다. 그 강을 건너 또다시 후배들과 얼굴을 붉히며 힘겨운 경쟁을 펼칠 것인가, 아니면 강가에 멈춰 서서 후배들을 격려하며 존경받는 원로로 남을 것인가.
지켜보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부디 이번만큼은 그의 선택이 '노욕'이 아닌 '지혜'로 기억되기를. 그리하여 박윤국이라는 이름이 포천 정치사에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진 정치인으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