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갔다 오다 술에 취해 ‘물어고개’에서 누워 잠들었는데, 담뱃불이 잔딧불로 일어 주인이 타 죽게 되자 꼬리에다 물을 적셔 갖다가 불을 꺼서 주인을 살렸다는 개 얘기는 내 고향 포천을 비롯하여 경북 선산과 도개, 평남 용강, 전북 오수, 충남 홍북 등 전국 도처에서 전해온다. 서양의 고대 희랍 배우 ‘포러스의 애견’은 주인을 화장하는 불 속에 뛰어들어 함께 죽었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개의 주인을 향한 충성심에 대한 설화가 있으나,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 비해 우리나라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다.
고려 말 개성 진고개에 사는 개는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은 눈 먼 어린이에게 꼬리를 잡게 하고는 구걸을 해먹이고 물도 먹였으며어른이 되기까지 돌보았는데 조정에서는 이를 알고 착한 황구이자 ‘의구(義狗)’에게 정3품(참판급) 벼슬을 내렸다 한다. 이렇듯 한국의 토종개인 ‘황구’나 ‘검둥개’ 그리고 ‘진도개’, ‘삽살개’, 명견 ‘가륭이’, ‘풍산개’, ‘동경개’ 등이 그 유명함을 자랑한다.
내 고향포천에는 집집마다 꼭 개 한 마리씩을 길렀는데 한밤 중 달을 보고 짖는 개울음 소리는 남을을 떠난 사람들의 향수의 한 도막이기도 했다. 어떤 시인은 고향의 소리라고 하여 ‘개 짖는 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 ‘글방의 글 읽는 소리’라고도 하였으며, 지금도 내 고향 포천의 시골밤 풍경 속에서도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자동차 이름에다 ‘말’이란 이름을 붙인 게 많은데 ‘포니(조랑말)’를 비롯하여 몇 개의 국산차 이름이 되었다. 충성스런 말, 주인에게 충실한 차란 의미가 있어 재미있고 역마차가 연성되어 재미있다. 내 고향 포천에도 1940년대 포천읍에서 출발하여 영평, 금수정, 신북면을 돌아 물어고개를 넘는 역마차가 있었는데 읍내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이 역마차를 타고 깊이울(심곡리) 조부모님 댁을 찾아가 주말을 즐기던 생각이 나는데 말 두필이 끄는 역마차의 말 궁둥이가 어찌나 우습던지 지금도 말궁둥이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난다.
어룡리에 가면 ‘말무덤’이란 곳이 있다. 어룡리 효자 구성공 ‘오백주님이 오위도청 도총관, 구성부사, 삭령부사, 북병사 등을 역임하고 나라에서 효자정문(孝子旌門)을 하사 받았는데 구성공을 모시고 평생을 산 애마(愛馬)가 구성공이 죽자 즉시 따라서 죽어 의마(義馬)라고들 하였다. 지금은 그 말이 죽은 땅 이름만 남아있고 표지석(表誌石) 하나 없어 쓸쓸하기 그지 없다.
‘의구(義狗)’와 ‘의마(義馬)’가 있는 내 고향 포천의 전설을 이어 받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