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8일 최모씨(42)는 포천의 한 섬유회사에서 작업하던 중 도중 후진하던 지게차와 컨테이너에 끼는 사고를 당해 밤 10시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식은 있었지만 수축기 혈압이 80mmHg에 불과했으며, 맥박은 140회/분으로 올라가 있었다.
환자가 도착하자 의정부성모병원 중증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39, 외상외과 과장) 지휘 아래 센터 스텝들이 바로 가동되고, 원내에 대기중인 외상외과를 비롯해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교수가 긴급 호출됐고 응급수혈이 시작됐다. 혈액형 검사와 교차반응검사를 시행하고 수혈하지만 긴급한 환자이기에 곧바로 O형 Rh음성 혈액을 수혈했다.
이동식 X-ray로 가슴과 골반, 경추를 확인한 후 복부 초음파를 통해 복강안에 혈액이 차 있는 혈복강이 발견됐다. 혈복강이 있는 환자는 바로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2~3시간 안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실에 연락해서 환자 받을 준비를 하는 동안 환자는 CT실에서 꼭 필요한 두부, 흉부, 복부를 촬영한 후 바로 수술실로 올라갔고, 호출된 교수들간 긴박한 협의가 이어졌다.
최씨는 아래쪽 갈비뼈가 모두 골절됐고 폐좌상과 요추골절도 입은 상태였다. 혈복강으로 응급수술을 했다. 환자는 대장으로 가는 혈관이 손상돼 출혈되고 있었으며, 대장으로 혈액이 가지 않아 대장이 괴사돼 있었다. 십이지장은 3분의 2가 완전히 으깨져 있었고, 췌장도 손상돼 있었다.
먼저 출혈하는 혈관을 결찰한 후 괴사된 대장을 절제하고, 으깨어진 십이지장은 일단 앞뒤로만 막아놓아 복막염이 생기지 않게 하였다. 외상환자는 첫 번째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사망하기에 손상통제수술이라 불리는 수술을 시행해 출혈부위는 거즈로 막고, 복벽도 봉합하지 않고 바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하게 된다.
보통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와 수혈 및 여러 장기에 대한 중환자치료를 시행한 후 컨디션을 회복해 이틀 후 최종수술을 하게 되고 위.췌장.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하지만 이 수술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외상에서 시행할 경우 사망률이 너무 높았다.
조항주 센터장은 평소 교류가 깊은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상의해 전통적인 수술방법보다 더 좋은 수술방법을 고안해 췌장 공장문합술과 대장우반절제술, 위부분절제술을 시행했다.
이후 환자는 식사도 하고 회복하는 듯 했지만 지게차에 으깨진 곳에서 염증이 생겨 흉벽과 복벽전체에 괴사성 근막염이 생겼다. 괴사성 근막염은 근막을 통해 균이 퍼지는 것으로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질환이다. 조항주 센터장은 흉벽과 복벽에 큰 절개창을 여러 개 만들어 안쪽에 있는 고름과 근막을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매일 수술실에 가서 새로 생기는 고름을 빼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나 괴사성 근막염이 호전됐고, 환자 최씨는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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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이 포천의 한 외상환자가 응급한 상황에서 병원에 도착해 건강을 되찾아 걸어서 퇴원하기까지를 들려준 생생한 실제 사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증외상센터로 지정된 의정부성모병원에는 최씨와 같은 외상 환자가 거의 매일 한 명 이상 응급실을 찾는다. 아파트나 높은 건물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입은 운전자나 보행자가 주로 찾는 외상 환자들이다.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환자 1만여 명이 해마다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의정부성모병원에 외상 전문 외과의사가 포진돼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있어 많은 외상환자들이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외상센터 전용 수술실 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응급환자가 많은 곳인만큼 수혈을 대향 확보해 환자가 10분 안에 수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결과 중증외상 전문병원으로 부상하는 의정부성모병원은 자체평가 결과 예방가능 사망률은 10~15%로 선진국의 10% 수준에는 조금 못미치지만 국내 평균 30~40%보다는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의대 출신인 조항주 센터장은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이자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로서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더불어 국내에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환자가 언제 어떤 상태로 병원 응급실을 찾을지 몰라 조항주 센터장을 비롯한 외상센터 의료진은 24시간 비상대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센터장, 외과전문의 3명, 전문 간호사 2명, 전문 구조사 1명, 인턴 2명, 레지턴트 1명 등의 의료진을 갖춰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외상센터는 늘 긴장과 과로의 연속이다. 밤낮이 따로 없고 주말도 없다. 조항주 센터장은 입원해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응급환자가 언제 들이닥칠 줄 몰라 응급센터 한 켠에 마련된 쪽침대서 잠을 붙이며 병원 내에서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단 하루도 퇴근하지 못했다는 그는 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조 센터장은 그러나 경기북부 지역 응급 외상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다만 국내 대다수 병원들이 수익성만을 중시해 외상외과를 소홀하거나, 후배 의사들이 일의 강도와 경제성 때문에 기피하는 풍조가 여전해 안타깝다는 그는 외상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지원책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중증환자라도 충분히 살릴 수 있는데도 이내 포기하는 국민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만큼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치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절대 머뭇거려서는 안됩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앞으로도 응급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교육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