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지위가 높다거나 부자라고 하여 행복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외부적인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며, 그들도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내부적인 평화와 자유스런 삶을 얻기 위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나’라는 근본적인 생각에 몰입(沒入)함으로써 모든 생각들이 사라지도록 하는 불교적인 방법, 지혜의 길이 그 하나요, ‘더 큰 힘’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服從)하는 기독교적인 방법, 헌신의 길이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든 ‘나’ ‘나의 것’이라는 에고(ego)가 사라지고 ‘더 큰 힘’과 하나가 되어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은 같다. 이 ‘더 큰 힘’을 ‘불(佛)’ ‘하나님’ ‘주인공’ ‘신(神)’이라고 하는 것이니, 나는 이 ‘더 큰 힘’을 ‘섭리(攝理)’ ‘이놈’이라고 이름하고 싶다. 불교적인 방법은 우리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쉬운 길이 아니다. ‘나라는 생각’에 몰입(沒入)해 모든 생각이 사라지게 하여 ‘섭리’에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종(服從)의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완전한 복종에 이르는 길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근원을 찾아서 그 근원(根源) 속으로 몰입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고, 신(神)만이 전능하기 때문에 내 자신을 그에게 완전히 던질 수밖에 없다’라고 느끼는 길이다. 이 두 가지 길은 같은 목표에 이르게 한다. 그대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대는 유일한 실체 안에서 그대 자신을 잊어버려야 한다. 두번째의 길을 가다보면 ‘오직 신만이 실재하고 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확신이 점차로 강해진다. 완전한 복종은 ‘지혜’ 또는 ‘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복종이 완전해지려면 그대는 ‘신만이 모든 것’이라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복종의 길이 쉬운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는 복종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짐을 신에게 맡겨놓고 나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자유스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에고를 그대로 두고 복종한다고 하면서 신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자신의 에고를 전제로 하는 신에게의 기도(祈禱)는 복종이 아니고 신에게 명령하는 것이다. 진정한 복종은 자신의 의지나 바램이 전혀 없고, 신의 의지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해야 한다. 또 복종이란 자기 존재의 근원, 신을 향하여 자기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존재의 근원, 신(神)이 그대와 분리(分離)되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의 착각(錯覺) 사실은 지금 어떤 ‘더 큰 힘’이 각 개인이나 집단의 의식의 진화 정도에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일을 자기가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것이 무명(無名)이고 무지(無知)다. 인간이 스스로를 행위자라고 생각하는 점이 문제라는 말이다. 모든 행위는 ‘더 큰 힘’이 하고 있고, 인간은 도구(道具)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 그대의 모든 액난(厄難)이나 고통의 짐은 신(神)의 짐이니 신(神)에게 맡겨버리면 만사가 스스로 해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나의 짐인 것처럼 그 짐을 짊어지고 고통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행위든 그 행위를 ‘내’가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내’가 그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구속이고,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신(神)은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그러면 그대의 짐은 신의 것이다. 그대는 더 이상 아무런 걱정을 할 것이 없다. 이것이 진정한 복종이며 헌신(獻身)의 길이다. 마음의 평화는 오직 복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복종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인 깨달음도 신의 힘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대의 생각으로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가 없다. 신으로부터 힘과 은총(恩寵)이 흐르게 하여 ‘나라는 생각’의 힘을 약화(弱化)시켜야 하고 이것이 그대의 업보(業報)를 녹이는 길이다. 밖으로 향하려는 마음의 습성들이 거듭되는 실체에 대한 체험 속으로 용해(溶解)되면 신이 ‘나라는 생각’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 버려서 다시는 ‘나라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이런 현상은 아무런 조건이 없이 ‘무조건’ 복종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무조건 복종하면 ‘질문하는 자’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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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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