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05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다람쥐는 가을이면 겨울을 위해 도토리를 부지런히 이곳 저곳에 묻어두는데요. 간망증이 심한 다람쥐는 묻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찾지못한 도토리는 이듬해 싹이 나와 도토리 나무가 되어 다시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제공합니다.

만약 다람쥐의 기억력이 좋아서 묻어둔 도토리를 전부 찾아 먹어 버렸다면 산 속에 도토리 나무는 없을 것입니다. 다람쥐는 자신의 건망증 때문에 계속 식량을 제공받게 되는 것입니다. 작금의 세상에는 어리석은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모두가 영리하고 똑똑하고 계산도 빠르며 이해득실에도 아주 밝습니다.

옛말에 "기지(其智)는 가급(可及)하나 기우 (其愚)는 불가급(不可及)하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영리해 지기는 쉬워도, 어리석어 지기는 힘들다는 말입니다. 살아보니 우리에게 조금 부족한 헛점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걸 채워 주려고 했습니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상대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어리석음을 감싸주고, 미숙함을 배려해 주는 것이 헛점이 있는 사람을 대하는 일반인의 태도입니다. 똑똑하여 남에게 배울 게 없는 사람은 외로워 집니다. 부족한 사람과 달리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혜있는 노년들은 가끔은 일부러라도 모르는 척, 어리석은 척, 못난 척하며 사는 것이 방법일수도 있습니다.

학문은 배우고 익히면 되지만, 연륜은 반드시 밥그릇을 비워내야 합니다. 지식이 가슴으로 내려와 지혜가 되기위해서는 평생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며, 노년의 아름다움은 성숙입니다. 수행이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돌아보니 어려운것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용맹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요,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라고 했나봅니다. 지식이 겸손을 모르면 무식만 못하고, 높음이 낮춤을 모르면 존경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하여 무거워지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세월이 나를 쓸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하여 외로운 것임을 깨닫습니다. 

사람의 멋이란? 인생의 맛이란? 깨닫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나이들어가며 잊고 산다는 망각(忘却)은 신의 축복일수도 있습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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