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사람=7]솔체꽃(Scabiosa tschiliensis)

가을하늘과 보랏빛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솔체꽃’이 식물원 곳곳에서 하늘거린다. 사람의 허리쯤에 올라온 줄기 끝에 달리는 꽃은 언뜻 보아서는 한 송이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을 가진 5갈래 통꽃이 참 멋지고 조화롭게 모여 있다. 그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종자가 여물게 되는데 종자가 옹기종기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양이 마치 핀을 꽂아두는 핀 쿠션(바늘겨레)을 닮았다하여 영명이‘Pincushion flower’이다.

 

‘솔체꽃’라는 이름은 잎이 솔잎처럼 가늘게 갈라졌다는데서 유래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사실 솔체꽃의 잎은 변형이 많다. 뿌리에서 나는 잎은 깊이 패인 톱니가 있는 정도이며 이들은 꽃이 필 즈음이면 사라지고, 줄기에 달리는 잎은 긴 타원형이 아주 깊이 갈라져 줄기의 위로 올라올수록 더욱 깊이 갈라진다.

 

솔체꽃의 꽃말은‘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하는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참 슬프다. 어느 산골 소년을 사랑한 요정이 쓰러져있는 소년을 약초로 치료해 주었는데, 소년이 요정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자 그만 요정은 슬픔 마음에 죽어갔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솔체꽃이라고 한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솔체꽃이 가끔 쓸쓸해 보인 이유가 그래서였나 보다.

 

솔체꽃은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꽤 오랜 기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어 관상용으로 무리지어 심는다. 꽃물이 비교적 잘 드는 편이라 식물원에서는 손수건 꽃물들이기(체험학습)의 단골재료이기도 하다.

 

한방에서 꽃을 산라복(山蘿蔔)이라 하여 간화(肝火)로 인한 두통, 발열, 폐열(肺熱)에 의한 해수, 황달 등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