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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97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5월 28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노인빈곤문제연구소장
 
치매가 있으신 김ㅇㅇ할머님은 3차례에 걸쳐 암투병을 거치셨다. 그 과정에서 몆차례 위기를 맞았다. 불가피하게 모시게 된 요양원이지만 할머니는 매번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심지어 정신이 흐린 상태로

집에 가겠다며 창문을 열고 탈출하려고도 하셨다. 결국 자녀는 할머니를 집으로모셨다. 그토록 그리던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보온밥통의 밥에 묵은김치 한가지로 물에 말은 밥 한 술을 뜨시고 당신이 좋아하던 이부자리가 있는 침대에 누우시며 그리고 TV를 켰다. 그게 다였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내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무슨 차이였을까? 할머니는 말 끝마다 '어르신' 하고 부르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다고 하셨다.너무 답답해서 거실로 좀 나가도, '어르신, 들어가세요' 하던 도무지 내 맘대로 할 수 없던 그 환경이 너무도 싫으셨단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시고 젊은 시절부터 자신만의 공간에 길들여져 할머니는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집을 택한 것이다.

대신, 홈캠으로 자녀가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걸 양보했다. '어머니, 약 먹을 시간입니다', 자녀의 참견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대신 혼자만의 일상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노년의 마지막 집은 대부분 이곳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시류에서 과연, 그 마지막 집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있는가를 묻는다.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으로 가는 건 가족이나, 의료진의 결정에 따라서이다. 그리고 그곳의 일상은 '의료적 편의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즉 몸이 아프더라도 그 '시설'에 살고 있는 건 노인인데, 그들이 시설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돌봄의 주체가 노인인가?를 되묻고 싶다.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어느 할머니의 회고담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70대가 되어서도 옷을 사려 했을 때, 돌아가실 노인이 그 비싸고 예쁜 옷을 왜 사고 싶을까 했는데 자신이 70이 되어보니 그 역시 옷이 사고 싶더란다. 70이 되면 새 옷을 사는 것도 부끄러워해야 할 나이인가? 그렇다면 80은? 90은?

90이 한참넘어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께 사시는게 어떠냐고 묻자 '감옥살이인데 좋긴 뭐가 좋겠냐!'며 버럭 화를 내신다. 요양병원의 그 아름다운 잔디밭도 환자 스스로는 갈 수 없다. 철 침대가 클라이언트에게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다. 또 이것이 오늘날 우리 요양원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어느 사회학자는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휴일에는 좀 게으른 늦잠, 신록이 우거지고 잘 가꾸어진 잔듸밭의 산책, 그리고 먹고 싶을 때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자유, 이런 것들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장소가 되어버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인간의 존엄성과 과연 맞는 걸까를 생각한다.

임종을 앞둔 노인이 한 분 계시는데 곁에서 간호를 하는 사람이 담배에 불을 붙여 환자의 입에 물린다. 혼자서는 담배를 들 힘도 없지만, 도움을 받아 노인은 몇 모금 담배를 빨아들인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 우리의 '요양 치료'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어느 요양원에서는 '숨이 멎기 직전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노인의 소망을 받아들이는 곳이 있다. 그분의 마지막 희망을 존중한 것으로

노년의 의사도 존중받아야 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별 노인 요양홈'인 이곳은 집에서는 혼자 생활 할 수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 본인이 삶의 중심이 되어 살아가도록 돕는 곳이다. 이곳의 철칙은 할 수 없는 것만 도와드리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 노인은 힘겹지만 스스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돕는 대신, 곁에서 '힘내세요!'라고 말할 뿐이다. 물론 쉽지 않다. 도와주면 5분이면 끝날 것들이 하세월이니 말이다.

식사 시간도 2시간이다. 살아온 방식, 몸의 상태에 따라 저마다 먹는 속도도, 먹어야 하는 음식도 다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시간이다. '스스로 먹기를 선택했다면 속도는 문제가 아니'란다. 느린 것이 아니라, 그 다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늙으면 '아기'가 된다며 돌봄을 당연시 여기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이다.

치매를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집에 간다'고 나서는 노인이 있다. 요양원 사람들은 '조심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몰래 따라나선다. 그러면 대부분 노인들은 5분도 안 돼 길을 잃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그러면 그때 다가가 '무슨 일이세요?', '차 한잔 하실래요?'라며 노인을 모시고 온단다. 대부분 노인들은 '좋아요' 하고 흔쾌히 돌아온다고 한다.

물론 일본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배설물과 욕창 냄새가 물씬 나던 요양원, 거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억제대까지 채워 놓았었단다. 그러던 것이 다나카 토모에가 앞장 서서 '노인에게도 자유와 긍지와 평화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인의 삶도 인간다워야함을 주장하며 신체를 억제하지 않기로 했다고한다.

원할 때 침대에 눕고, 원하는 걸 먹고 싶다던 어머니를 위한 요양원을 만들고자 했던 미국인 캐런 브라운 윌슨의 경우도 있다.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시기가 와도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어시스턴트 리빙'을 지향하는 윌로우 플레이스가 그곳이다. 이곳에 입소자들은 '언제 도움을 원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걸 함께 해주는 '리스크 협상'을 해나가며 노년의 삶을 유지해 나간다. 작금의 우리의 세태는 노년의 돌봄을 시설이냐 집이냐 하는 식으로 '장소'의 문제로 치환 되어버리곤 한다.

2023년 기준 노령화 지수 163.4 (아이들 100명에 노인 163명)의 사회가 된 대한민국, 치료 중심의 돌봄을 넘어서, 비록 의존적인 상태이고, 아파도, 나의 목소리와 내 삶의 서사가 존중받을 수 있는 노년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노인빈곤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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