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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정근] 최익현과 윤봉길의 민족주의에 대한 소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31일
 
박정근/ 황야문학 발행인, 윤봉길학회 회장, 소설가, 시인, 포천신문 자문위원
 
요즘 필자는 한국사회의 보수적 가치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서구사회의 보수주의는 기독교적 도덕률의 존중이나 개인적 자유보다 국가 공동체에 대한 헌신 등을 내세웠다. 

그래서 지나친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진보적 행위를 반대했던 것이다. 서구사회는 기독교 신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낙태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적 정책을 고수하였다. 그리고 국가적 안위가 위기에 빠지면 국가주의를 앞세운 보수주의자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개인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면서 국가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자 하였다.

한국역사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로서 기억해야 할 분들은 국가의 관직과 관계없이 국가공동체를 위해 투쟁했던 면암최익현과 의병 지도자들과 일제에 항거했던 안중근, 윤봉길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구한말과 일제의 식민통치로 조국이 위기에 빠지자 의병을 조직하여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거나 투사가 되었다.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국부라고 떠받들고 있는 이승만은 그런 독립투쟁을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무의미한 짓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연 그가 한국의 보수주의를 대표할만한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면암 최익현은 이항로의 제자로서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의병을 일으켰으며 위정척사라는 보수적 가치를 주창하였다. 옳은 것은 지키고 그른 것은 반대한다는 의미인 위정척사는 대표적인 유교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고종이나 흥선대원군의 실정에 대해서 분연히 일어나 상소문을 올리고 고종이 제수하는 관직을 사양하거나 사직하였다. 

더 나아가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상소보다 더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의병을 조직하여 투쟁의 길을 걸었다. 결국 그는 체포되어 대마도에 유배된 후 향토병에 걸려 순국하고 만다. 최익현은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고 대의를 저버린 일이 결코 없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윤봉길은 일제하에 소학교를 다니다가 일제가 삼일운동을 박해하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하여 퇴교하고 사숙의 길을 걸었다. 그는 무지한 농민들의 어려움을 깨닫고 일진회를 조직하여 계몽운동과 교육운동에 앞장선다. 윤봉길은 ‘농민독본’이란 교육서적을 저술하여 스스로 농민을 가르치고 계몽함으로써 불의한 일제의 통치에 저항할 수 있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였다. 

그 후 중국으로 건너가 한인애국단에 참여하여 김구선생의 임시정부에서 추진한 홍커우 공원 의거에서 여러 일본 주요 인사를 폭사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특히 그가 남긴 말로 “사나이가 출가하면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丈夫出家不生還)”은 보수주의 가치로서 민족주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자칭 보수주의자들의 언행을 살펴볼 때 그들이 과연 보수주의자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들은 단지 기득권 세력으로 생존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온시하거나 남북화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냉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더더욱 아이러닉한 것은 보수주의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최익현, 안중근, 윤봉길과 같은 항일주의자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에 의해서 희생당한 위안부와 징용자들의 보상 문제로 한일외교관계가 갈등을 빚자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일제하에 노동자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한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보상판결을 뒤집고 한국기업이 대신 보상해서라도 일본과 선린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파괴되고 그 후유증으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투기하려는 일본의 결정에 대해 침묵하거나 묵시적 동의를 하고 있다. 오염수로 인해 한국의 인근해가 오염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의 생명이 위협당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묵인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해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연 일본과의 선린관계가 국가나 국민의 안위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 면암선생이나 윤봉길 의사가 지하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니겠는가.

건강한 보수주의를 육성하려면 면암선생이나 윤봉길의사가 보여주었던 강력한 독립정신이 필수적이다. 요즘처럼 미국이나 일본에 의존하려는 극우주의는 사대주의일 뿐 보수주의로 정의할 수 없다. 면암선생은 일본이 강요한 을사늑약과 단발령에 반대하여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을 폈으며 진압하려는 관군에게 체포되었다. 그는 조선의 법이 아닌 일본군에 넘겨져 대마도로 유배를 당하고 만다. 그는 대마도에서도 일본이 강요하는 단발령에 반발하여 단식으로 항거하는 극단의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였다. 그로 인해 그는 향토병을 얻어 순국하고 말았다.

윤봉길은 제국주의를 내세우며 조선을 비롯한 중국과 동남아를 움켜쥐려는 이토히로부미의 명령을 수행하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에게 폭탄을 던졌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을 식민통치하려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며 조선의 독립을 외쳤던 것이다. 해방이 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선린관계를 구축하고 경제협력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독일이 그랬듯이 일본은 저지른 죄악에 대해 철저히 사과와 반성을 표시하고 착취한 한국인에 대해서 마땅한 보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윤정권이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은 결코 면암선생이나 윤봉길이 주장했던 독립정신에 근간을 둔 보수주의가 아니다.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으로서 우리는 결코 그들의 고결한 정신에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정근/ 황야문학 발행인, 윤봉길학회 회장, 소설가, 시인, 포천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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