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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정근] 포천이 낳은 이해조의 여권에 대한 개혁사상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08일
 
박정근/ 문학박사, 황야문학발행인, 작가, 포천신문 자문위원
 
포천이 낳은 걸출한 두 인물이 있다면 유학계의 면암 최익현과 개혁사상의 이해조를 손꼽을 수 있다. 조선을 쇠퇴의 길로 인도했던 유학에 대해 이해조는 상당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구한말 전통적 유교적 가치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애국계몽기의 한국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해조의 사상이 전통적 사회를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 방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신분적 출신이 양반이고 유교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므로 근대와 전통을 적절하게 절충하는 방식을 취했다. 

최원식은 이해조의 절충적 태도를 높게 평가한 나머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근대적 가치를 전통적 교양-실학사상과 동양적 사고의 전통 위에 정립시킨 민족주의적 측면에서 그는 신서설사의 기술에서 이인직보다 더 평가되어야 할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실 애국계몽기란 시대적 특성이 유교적 전통사회에서 근대로 전이되는 교량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두 시기가 상당부분 겹쳐있고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변혁의 시기에 가장 낙후된 사회적 영역은 여권의 문제이다. 구한말의 개혁주의자들은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로서 남녀 불평등문제를 부각시킨다. 그 이유는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자원을 단지 성차별로 인하여 활용하지 않는 사회적 제약은 매우 어리석은 편견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특히 유교적 전통에 의해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여성들은 심각한 불평등에 의해서 사회적 진출이 봉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유길준은 교육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여성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에게 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나라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린아이는 나라의 근본이고, 여자는 어린아이의 근본이며, 지금의 어머니는 옛날의 동녀라고 했다. 그러므로 실제로 동녀가 나라의 근본을 만드는 근본인데 그들이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근본이 흔들리고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유길준은 이러한 부정적 현상을 매우 걱정하였던 것이다.
 
물론 여성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여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애국계몽기의 선각자들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사실 여성이 남성의 아내나 어린이의 어머니로서 호명되는 것은 여성의 가치와 효용성을 가부장적 체제 아래에서 주체로서보다는 객체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우리는 한국의 어머니의 이미지가 희생과 봉사로 점철된 것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미화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여성을 당당한 사회의 한축으로 인정하고 참여시키기 보다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 여성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봉사의 객체로 전락시킨다.
 
애국계몽기의 한국사회가 국가의 발전의 귀중한 인적 자원으로서 여성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허위적으로 미화된 ‘국민의 어머니’라는 유교적 잔재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여성에 대한 강요된 허위적 명칭은 여성의 입장에서 국민형성의 무대 뒤편으로 밀려나는 아이러니가 발생시키며, 국민의 어머니인 여성은 그 자신이 국민이라기보다는 국민 양성의 밑거름으로서 호명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해조는 구한말 여성들의 객체화를 해결하기 위해 주체적 여성상을 작품 속에 구하고자 한다. 여성의 주체성은 남성과의 평등성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고 자신들의 여권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드러낼 때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개화기의 구한말 사회는 가부장제도가 현저히 약화되기 시작하며 여성들이 남성들의 일방적 횡포를 방관하지 않았다. 그 당시 부부관계의 변화에 대해 황성신문의 기사에 기초한 연구에 따르면 남편의 구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여성을 묘사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남편이 부인의 잘못을 이유로 구타하자 부인이 친정으로 돌아갔고, 이에 남편이 ‘혼비 1만5천량을 추급’하라는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해조는 『자유종』에서 여성들의 여권과 평등의 문제를 토론형식으로 제기하였다. 그 배경에는 근대적 평등사상이 구한말사회에 유포가 되었고 이로 인하여 여성들로 하여금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으며 실질적인 능력이 없던 여성들이 언어적 실천행위-비판적 의견 개진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의미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여성토론자라는 형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게 한 것이다.
 
과거의 여성들은 자아실현이나 정체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남편이나 자식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방법은 남편이나 가문을 위해서 자신의 욕망이나 자아을 버리고 헌신과 봉사로서 이웃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을 받고 있었던 여성들에게 정절과 공적은 여성이 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서사적 계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구한말의 애국계몽기의 여성들은 그 상황이 다르다. 무능력한 양반의 권위는 근대정신의 침투로 신분철폐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며 가정 내에서도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남편이나 가장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오고 어버이날이 가까이 오면서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물론 현대의 여성들은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출산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중요한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출산을 정상적으로 하면서도 여성이 충분히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여권의 완성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박정근/ 문학박사, 황야문학발행인, 작가, 포천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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