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부사의] 예측(豫測)과 예지(銳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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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豫測)은 짐작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미리 짐작하는 것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할 때에 늘 쓰는 말이다. 실제로 일어나기 전의 일을 예상(豫想)하는 것이다. 미리 어림잡아 생각하는 것이다. 예지(銳智)는 그게 아니다. 발음은 같으나 그 의미는 다르다. 예지(銳智)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뛰어난 지혜(智慧)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사태(事態)를 고도로 인식(認識)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상식(常識)을 뛰어넘는 것이다. 심안(心眼)으로 통찰하는 것이다. 비전(vision)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평선 넘어 비온드(beyond)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바하마(Bahamas) 출신의 목사이자 탁월한 강연자인 마일즈 먼로(Myles Monroe)는 예지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기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문득 이영표 선수가 떠오른다. 미리 결과를 말하는 그의 예측력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었다. 그는 주술의 힘을 빌려 신의 계시를 방언하는 예언자가 아니었다. 꼼꼼한 자료 분석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뛴 경험을 버무려 논리적 예측을 내놓는 일종의 미래학자였다. 평생 땡볕에서 공만 찼을 축구 선수가 이 정도인데 왜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는가? 

물론 정보[data]가 많다고 예측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음(騷音)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래서 데이터는 결과를 알려주는 사신(使臣)이자 실패로 둔갑되는 사신(死神)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려면 신호에서 소음을 제거해야 한다. “데이터를 겸허하게 수용하지 않는 독단을 버려야 한다”. 전문가들의 말이다. 독단에 가까운 예측으로 큰일을 자초했던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알아채는 게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면 시장의 신호를 선입견 없이 해석하는 것은 정책 당국자의 몫이다. 사실은 뒷전이고 속셈만 앞세우면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조령모개(朝令暮改)라는 말이 있다. 중국 한나라 문제(文帝) 때 조착(鼂錯)의 논귀속소(論貴粟疎)에서 유래된 말이다. 조령모개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도 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처신하는 것을 말한다. 왜 이런 말이 자주 회자(膾炙)되는가? 이래도 되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信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믿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대중이 그렇다 해도 정치지도자는 그리 해서는 안 된다. 왜냐?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를 추구(追求)해야 한다. 비온드의 세계를 봐야 한다. 진정 우리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선진국을 지향해야 한다. 각자도생하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해야 한다. 선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선도력이란 선진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힘이다. 그 힘을 축적해야 나가야 한다. 뒤돌아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진국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축적된 우리의 자산을 100프로 활용해야 한다. 역대 정부의 실적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우왕좌왕하는데 방역도 경제도 이만큼 버티는 것은 그간 쌓아올린 역대 정부의 주춧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선도력을 경험하는 과정에 있다. 그 경험을 '이야기(story)'로만 남기느냐 아니면 '역사(history)'로 만들어 내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이 대목에서 서산대사의 말씀을 다시 듣는다.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갈 때에는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되리니. 예지력에 방점을 찍는 이유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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