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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의 에세이=44] 십만 불의 약속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27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서랍 속에서 여권을 꺼내 본다. ‘장롱여권’이다. 19년 전 처음 만든 여권과 두 번 더 갱신한 구여권 뭉치다. 여권은 내 직업과 인연이 있다. 그때부터 여태까지 끌고 왔던 금속관련 무역 및 오퍼업은 참으로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보람도 컸다. 금속에도 사람처럼 주민등록증이 있다. 금속과 친해지려면 금속에 관해 알아야 한다. 사람들 얼굴이 제각기 다르고 속이 다르듯 금속도 겉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곳에 가장 적합한 금속이 사용되어야 한다.

금속(Metals/ Material]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70종의 원소를 총괄하는 집합체, 원소가 규칙 바르게 배열한 결정으로서 금속의 특성은 불투명이고, 특유의 금속광택을 가지며 전성과 연성이 풍부하고 전도율이 높아 내산화성, 내식성 내열성을 중요시한다. 상온에서 수은을 제외하고는 고체이다. 금속은 두 종 이상의 원소와 융해 혼합하고 있는 합금(Alloy)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많다. 가격도 금속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금값보다 비싼 것과 심지어는 아파트 한 채보다 비싼 금속류도 있다.

개중에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금속도 있다. 예를 들면 모넬(monel)이란 금속은 1906년 미국인 엠보르스 모넬(Ambrose, Monel)이란 사람이 발명한 니켈(Ni), 구리(Cu)의 합금이다. 광범위한 부식조건에서 뛰어난 내식성을 갖는 합금으로 높은 인장력과 우수한 용접성을 보유하고 있어 밸브, 펌프 축, 하스나, 전자 전기부품, 석유화학관련 설비, 발전소 급수예열설비, 열교환기, 화학공업용 용기, 터빈 블레이드, 스프링, 안경재료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모넬(Monel)은 모넬400을 비롯하여 모넬404 등 몇 종류가 더 있다. 종류에 따라서는 물리적 성질과 기계적 성질, 용도, 특성 등이 다르다.

나는 금속과 함께하면서 금속은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과 정직하다는 것을 터득했다. 하잘것없는 작은 부품 하나가 잘못되어도 큰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은 최근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선로이탈 사고에서도 보았다. 7mm 암나사(Nut) 한 개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사고는 원인도 금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금속을 취급하고 다루는 사람의 기술과 정성, 애정이 있어야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온통 금속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속은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금속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심지어 우리 몸에도 한 두가 희귀금속으로 치장하고 있다.

금속과 함께한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나에게는 소중했던 추억이 많다. 미국 파트너와 약속했던 ‘10만 불 약속’이 불현듯 떠오른다. “한 번에 10만 불 어치 주문을 받으면 미국에 출장 가겠노라.”라고 큰소리쳤던 일이다. 적은 규모의 오퍼상이 한 번에 10만 불(약 1억 원, 당시 환율)짜리 주문받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금액이 이 정도라면 대기업은 외국지사를 통해 원자재를 수배하거나 해외 유수공급업체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몇 년 전에 달성하고 여권을 꺼내 만지작거려본 적이 있다. 10만 불 목표는 이 사업을 시작하고 꼭 15년 만에 이루어졌다. 참 오랜 세월이기도 하다. 목표 달성에 대한 희열감과 성취감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미국 출장길은 유예되었지만, 언제든지 유효하다.

요즈음 금속과 사랑이 식었는지 아니면 싫증났는지, 금속을 사모하는 경쟁자가 생겨서인지 사랑에 재미가 없다. 이러다가 내 밥줄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고민이다. 오늘은 원자재 입찰하는 날이다. 보름 전 K 연구원에 원자재 견적을 제출했다. 가끔 납품했던 원자재이다. 연구소은 2년 전에 구입하고 재 견적을 요청한 것이다. 담당부서 연구원이 견적을 접수하여 검토 후 구매부로 넘기면 이 부서에서는 다른 여러 품목과 함께 공개 입찰에 부쳐 가격 경쟁력이 가장 좋은 업체로 발주한다. 예전의 경우 직접 폐사로부터 공급을 받았었는데 요즈음 입찰 시스템이 바뀌어 연구소 지역에 있는 여러 협력업체가 입찰 대상이다. 직접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 보니 주문도 장담할 수 없다.

협력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입찰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주를 한 업체는 신규업체인데 가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저렴했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혹시 다른 업체에 자신보다 월등히 싼 가격으로 견적을 내주지 않았나 하고 의심하는 투다. 이번에 수주한 업체는 나도 전혀 모르는 업체다. 견적요청도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타나지 않은 업체이다. 이번 건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수주한 이 업체만 빼고 여섯 업체가 나에게 견적을 받았다. 참 형식적인 견적이었다. 나도 내가 적극적으로 민 한 업체만 빼고 똑 같은 가격으로 견적을 했다. 입찰에서 당연히 가격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품질도 보장되어야 한다. 나도 내가 민 협력업체도 이번 입찰에서 수주를 찰떡같이 믿었기에 차등으로 떨어졌으니 실망이 컸다. 어떤 업체라도 이윤 없이 믿지는 장사하라면 원자재 공급을 당연히 거부할 것이다. 요즈음 살아가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여 재미가 하나도 없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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