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가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 소비, 고용, 투자 등 발표되는 경제통계마다 하나같이 암울한 지표들뿐이다. 경기 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에 허덕이고, 고용 상황은 악화됐으며, 소득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2019년에도 우리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이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인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이는 한계소비성향(소득증가분에 대한 소비증가분)이 높은 저소득층에 충분한 임금을 보장해 줌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는 한편 총수요를 늘리고 경기를 회복시켜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강행한 세부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등이지만 현재 나타난 이 정책들의 결과는 참담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곤궁으로 몰며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려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직장을 뺏게 된 셈이다. 국가가 나서서 저소득 계층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행 이후 상·하위 가계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132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 감소했고, 소득 상위 20%는 974만원으로 8.8% 증가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소득 격차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성장보다는 분배와 평등을 우선시 하고 있다. 물론 혁신성장 등 균형을 맞추기 위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 온 주요 정책들은 반기업과 노동편향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 정책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향점만 옳다고 바른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의 정책들은 오히려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와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문제를 보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나 고용주의 입장에서 임금의 증가는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어야 한다. 경영이 어려운데 임금을 올리는 기업은 흔치 않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비난받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너무 가볍게 넘긴 탓이다. 산업혁명 이후 이뤄낸 급속한 기술 발전과 경제 규모의 성장은 인류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다는 이상 추구가 아닌 개인이나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시장 경제 원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 제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우리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목소리를 듣고 기업의 투자애로가 무엇인지 그 해결책이 어디 있는지 방법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자영업자, 대기업, 노동단체 등과 매주 일정을 만들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기업의 기를 살리고 각종 규제도 풀어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설 때다.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 부분에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정밀한 로드맵의 재구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와 경제의 적절한 분리다. 경제 문제를 정치와 이념이 지배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는 자유라는 틀 안에서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기업의 생산성 증가가 임금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시장경제 기본원리다. 물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분배와 복지시스템이 새롭게 요구되며 기존의 재벌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적 논리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현실이 배제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 출범한 2기 경제팀은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통해 시장과 기업의 신뢰를 얻고 경직되어 있는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이 뛰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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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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