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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칼럼] 홀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11일
 
ⓒ 포천신문  
1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희망과 소망스런 계획도 세워보지만 아울러 서운함과 걱정스러움 그리고 염려스런 마음으로 가득하다. 이런 기저에는 아이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지만 짧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십여 년을 품에 안고 지내던 녀석들이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길, 그러나 언젠가는 뛰어들어야 할 길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경로와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퇴소할 때는 거의 같은 이유로 나가게 되는데, 만 18세가 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보호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 될 경우 독립을 해야 한다. “보호목적 달성”이란 아동학대나 방임 등으로 원 가족에서 분리되어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활하다가 가정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판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물론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직업훈련 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경우에는 시설에 더 있고 싶다고 하면 대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또는 취업훈련을 마칠 때 까지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떠나야 하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낯선 곳으로 가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짐을 싸들고 보육원 문을 나서는 순간 덜컥! 심장이 내려 앉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빠르면 1월부터 늦어도 2월 말 까지는 퇴소를 해야 한다. 여기서 살아가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를 차례로 다니고 관공서, 장보기 등 일상생활기술과 돈 관리, 대인관계 맺기 등을 배우고 익혀 나가지만 퇴소 하기 3-4년을 앞두고는 본격적으로 혼자 살기를 위하여 최대한 스스로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퇴소 후의 생활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코앞에 닥칠 때 까지도 별 흥미를 못 느끼고 스스로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다. 왜냐하면 퇴소 전까지는 뭔가 잘못되어도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믿거라 하고 배우고 익히는 일을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퇴소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본인들이 자리 잡고 살 지역을 정하는 것이다. 보통 대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학교 근방에, 직장을 원하는 경우는 일터 부근에 정착하게 되는데 게 중에는 먼저 퇴소한 선배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거나, 시설에서 자주 가봤던 근처 도시로 가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래도 익숙한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어떤 녀석들은 홍대 근처나 강남으로 가서 살려고 하지만, 그건 어림없는 일이다. 여하튼 지역이 정해지면 한국토지주택공사 (LH공사라고 한다.)에서 소년소녀가장지원으로 임대주택을 얻게 되는데, 전세대금과 살아갈 집의 상한선을 두고 지원한다. 처음 2년 계약을 하고 두 번 연장 가능하다.

그 뒤 주택문제는 다른 법에의해 새롭게 진행된다. 집은 최초 계약 후 만 20세가 되면 년 2%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하향조정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택규모가 8평을 넘지 못하게 했다. 이유는 아이들의 집에서 원 가족이나 기타 다른 사람들과의 동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임대주택에 살던 아이들이 전기, 수도세 등 공과금을 잔뜩 밀리고, 집안을 엉망으로 해 놓고는 어디론가 가버려서 연락이 두절 되면 보육원으로 연락을 해서 전부 해결하라고 하였다. 만일 거부할 시에는 문제가 된 보육원의 아이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하여 금전적인 것을 해결하고 그 집 청소까지 모두 하고 와야 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추위가 절정이던 작년 12월에 지방의 어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고3 남학생이 7층 옥상에서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아이는 2월 퇴소를 앞두고 진로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하던 끝에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해마다 보육원과 그릅 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 2,500여 명이 퇴소를 하여 각자 자립생활을 하게 된다. 스스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는 각 지자체에 따라서 50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자립정착금을 받게 된다. 2019년 까지는 경기도에서 500만 원과 우리시에서 300만 원을 지원하여 8백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경기도가 자립지원금을 1천만 원으로 인상하였다. 그리고 개인에게 지원된 후원금과, 월 1-4만원까지 저금을 하면 나라에서 저금액수만큼을 더해주는 1+1 CDA 저축금액, 그리고 매월 30만 원씩 3년간 자립수당을 지원해주고 개인의 사정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어 거기에 따른 지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와 학자금 소모비용으로는 매우 부족한 금액이다.

퇴소 아동들이 자립을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이유로는 *자립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부담, *자립 정보 부족 등으로 나타난다. 시설에서는 퇴소 전에 자립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시키지만 막상 나가기 전까지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잘 배우려 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시설에서도 아이들의 자립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혼자서 해보도록 하고 싶지만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위축된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돈이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데 의지할 곳도 없이 내몰려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천여만 원의 물질은 매우 크기도 하고 또 쉽게 소모될 수 있는 액수이기도 하다. 더구나 시설에 있을 때는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퇴소 후에는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다. 돈은 통장에 있고 사고 싶은 것은 많으니 하나 둘 구입하다 보면 어느새 통장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 가족이나 선배, 친구, 사행성 불법도박, 각종 범죄등 그들을 유혹하여 넘어지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아이들은 너무도 쉽게 물질을 탕진하고 실의에 빠져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절망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들 중에는 퇴소할 때 가지고 나간 돈은 적금을 들어놓고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쓰며 학교 수업에도 열심을 다하여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다.

결국 자립에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에 미적응한 아이들 중에 많은 수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데,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까지 5년간 아동양육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6,258명 중에 1,637명(26.2%)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간다고 한다. 10명 중 2명은 절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퇴소를 앞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몇 부류로 나뉜다.
*퇴소 후에 살아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흥미로움에 가득한 녀석, *무언지는 모르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쌓여 있는 녀석, *퇴소 후 만나야 할 원 가족들과의 삶에 대한 동경, 또는 만남조차도 불쾌해하는 등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 매우 잘 살아가고 있어서 양육했던 선생님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이런 녀석들은 어린이날이나 명절 때 동생들의 선물을 한 아름 가지고 와서 교훈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 주고 간다. 두려움을 가지고 떠나던 녀석들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이런 성격의 녀석들은 원 가족에게 적당히 도움도 받고 협력해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마음에 격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한 녀석들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언제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문제라는 건 항상성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성격도 매우 긍정적이고 사회생활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녀석이 퇴소 후 3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 가족과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난 뒤 오랫동안 무거운 마음으로 살았다. 짧은 생을 살고 떠난 녀석이 꼭 나 때문인 것 같아서다.

박창진 / 꿈이 있는 마을 원장,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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