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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칼럼] 정당과 당색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30일
 
ⓒ 포천신문  
내가 어렸을 적 우리 큰댁 증조할아버지는 학문이 높으셨고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위엄을 갖추신 분이었다.

증조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우리 집안은 노론(老論)의 집안이었고 남인(南人)의 집안과 혼인하여 며누리를 얻게 된 것을 매우 마땅치 않게 생각하셨다.

왜냐하면 증조할머니가 딸과 함께 며느리 감을 보러 가시어 색시 집에서 점심 대접을 받고 오시어 혼사를 물릴 수가 없었다고 하시며 할머니에게 호령호령 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큰댁 증조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걸음걸이가 느리고 공손하면 노론(老論)이요, 상대적으로 빠르고 활개치는 것이 두드러지면 소론(小論)이라 했다.

남인은 팔자걸음을 하며 어기적거리며 걸었다고 했다.

이처럼 걸음걸이만 보고도 그 사람의 당(黨)색이 드러날 정도로 소속당은 확고부동했고 특이 하다고 했다.

비단 남자뿐만 아니라 아녀자의 헤어스타일이나 옷맵시만 보아도 당색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노론가문의 아낙들은 뒷머리를 느슨하게 내려 쪽을 쪘는데 비해 소론 아낙은 뒷머리를 빠싹 죄어 야물게 올려 쪽을 찌었다고 한다.

노론 아낙은 저고리 깃과 섶이 둥글었고 치마주름이 드문드문한데 비해 소론 아낙의 깃은 당코라 하여 모가나고 치마 주름도 촘촘하였다 한다.

안사람의 옷 매무새까지도 달리했을 정도로 당파에의 귀속력은 대단했다.

따라서 당색은 이처럼 대를 이었고 당을 바꾼다는 것은 조상을 배신하고 가풍이나 집안의 격을 파괴하는 큰 대사였다고 하셨다.

영남 출신의 선비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의 손녀인 장부인은 남인 가문인 안씨 문중으로 시집을 갔다.

한데 그의 손자 안복준(安復駿)이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 서인(西人)으로 당색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안복준이 집에 돌아와 할머니에게 문안을 들이자 장부인은 이렇게 물었다."이게 네 집이냐" 안복준이 "예,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뜰에 가마를 대령시키고 " 이집은 대대로 남인 집안이었는데 서인인 네 집이라면 내가 머물 곳이 못된다" 하시며, 남인을 고수하는 딸네집으로 거처를 옮겨가버리셨다.

얼마 후 장부인이 앓아 눕자 손자 안복준이 시탕(侍湯)하길 간청했으나 방에 들이지 않았고 끝내 임종도 시키지 않고 눈을 감으셨다 한다.

한국인의 당(黨)에 대한 소속감의 엄중함을 행동으로 보여준 장부인이라 하겠다.

그런데 현대는 어떠한가.

정당 선택의 기준은 정책과 이념인데, 정책과 이념이 틀리다고 그렇게 욕을하고 배척하다가도 정권이 바뀌어 여당이 되니 언제 그랬나 싶게 당색을 바꾸어 여당으로 몰려온다.

역사의 눈을 외면한 정치철새의 실상인 것이다.

"역사를 두려워 않는 나라에는 비전이 없고, 비전없는 민족은 망한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하지 않았던가.

이 말은 우리가 실천하고 따라야 할 진리이다. 국민은 명심하고 기억하자.

 
이중희 / 민주평통 포천시협의회장, 포천문화원 부원장, 포천신문사 고문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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