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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권의 언어 산책] 전 국민의 훈민정음 놀이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29일
 
ⓒ 포천신문  
나는 대학 시절, 술을 마시다가 여러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의 대학생들도 여러 술마시기 놀이를 하겠지만, 당시(참고로 나는 92학번이다)엔 다음과 같은 재미난 놀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007빵’, ‘아 쇼크’, ‘369’ 등등의 것들이 바로 그러한 놀이들이었다. 이러한 추억의 놀이들은 술을 마실 때면, 등장하여 술자리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그러한 놀이들 가운데, 조금 색다른 놀이가 있었는데 바로 ‘훈민정음 놀이’라는 것이었다. 이 ‘훈민정음 놀이’는 국문학과였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름 꼭 거쳐야하는 과정이었는데, 놀이가 한창 계속되어 지칠 때쯤이면, 대화 가운데 진행되던 놀이였다. 이 놀이의 규칙은 대화 중에 외국어를 쓰면, 술을 마시는 놀이였다. 요즘의 상황으로 전환하여 예를 들자면,

“야, 핸드폰 좀 줘 봐”
“아, 여기 왜 이렇게 와이파이가 안 터져?”
“오, 노스페이스 패딩 멋있는데?”
“너,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거 뭐야?”

이런 대화에서 ‘핸드폰’은 ‘손전화(휴대전화)’로, ‘와이파이’는 ‘접속망’으로, ‘노스페이스’는 ‘북쪽얼굴’로, ‘페이스북’은 ‘얼굴책’으로 바꿔 말해야 하는 놀이였던 것이다. 술기가 오른 상황에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수 벌칙으로 벌주를 마셔대던 기억이 난다.

25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학생들과의 국어 수업시간에 이 ‘훈민정음 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 더 규칙으로 추가한 것이 비속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이 놀이를 학생들에게 하게 된 이유는 실은 외국어를 쓰지 않는 것보다는 ‘비속어’를 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중고등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니,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도 비속어는 난무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래서 실시했지만, 이 놀이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를 시사받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말들을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위 대화에서 든 예들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외국말들이 우리의 언어생활에 침투돼 있는 것이 실상이다. 그런데, 충분히 우리말로 순화하여 예쁘게 고쳐 쓸 수 있다. 물론 극단적인 순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북한의 경우처럼, 너무 우리말로만 고집하는 것이 무리인 경우도 있다. ‘쥬스’를 ‘단물’로 ‘형광등’을 ‘불알’로 바꾸는 식은 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동의를 얻어서 우리들이 잘 활용하면, 좋은 사례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핸드폰’보다는 ‘손전화’가, ‘게임’보다는 ‘경기(또는 놀이, 또는 오락)’, ‘데스크’보다는 ‘책상’, ‘노트’보단 ‘공책’이 훨씬 더 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학생들은 외국어, 외래어, 한자어에 대한 분별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강화해야 할 점이다. 방송이나, 대중매체들이 솔선수범해서 우리말을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방송이나 각종 매체들이 더 우리말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심각한 현실이긴 하다.
나는 이제 시작되는 새해부터 전 국민이 ‘훈민정음놀이’에 참가하길 바란다. 비록 벌칙이나 벌금은 없겠지만, 우리가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부끄럼을 느끼길 바란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말부터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는 2018년이 되길 바란다.

“아, 오늘 머리방(헤어숍)에서 머리나 해야겠다.”
“오늘, ‘두산 곰들(베어스)’하고 ‘롯데 거인들(자이언츠)’하고 야구경기 누가 이겼어?”
“이거 인쇄(프린트) 좀 해서 올래?”
“와! 오늘 롯데세계(월드)로 놀러가자!”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우리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문제 역시 언어 산책에서 함께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즘게 김유권 / 국어학 박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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