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학생들과 지내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말들이다. 물론 가끔 애교섞인 말투로 반말을 하는 학생들에 비하면, 나름대로는 존대말을 쓰려고 하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런 ‘했다요’ 말투를 쓰는 기저에는 우리 국어 높임법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어의 높임법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간단하게 국어의 높임법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어의 높임법 체계는 격식체와 비격식체로 나뉜다. 격식체는 다시 아주높임(하십시오체), 예사높임(하시오체), 예사낮춤(하오체), 아주낮춤(해라체)로 나뉘고 비격식체는 두루높임(해요체), 두루낮춤(해체)로 분리된다.
이러한 여섯 단계의 체계가 각각 평서형·명령형·청유형·의문형으로 다시 세분화 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높임법을 완벽하게 구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높임법 체계에서 과거 우리는 ‘했습니다요’는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인들이 상전에게 줄곧 쓰던 높임말투였다.
“대감마님, 손님 오셨습니다요.” “나으리, 곧 주안상 올리겠습니다요.”
우리의 높임법 체계에서 ‘-요’는 문장의 끝에 한번 더 붙여서 극존칭을 표현하던 말투였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했어요”를 쓸 자리에 “했다요”를 쓰는 희한한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학생과 선생의 관계가 하인과 상전의 관계로 볼 수 있다면, 그리 잘못 되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왜 “했어요” 대신 “했다요”가 쓰이는지는 알기 어렵다.
일단은 ‘했다요’체는 문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 이유는 ‘했다’가 ‘하셨습니다’에 대해 아주낮춤의 단계에 있는 격식체의 말인데, ‘-요’는 비격식체의 두루높임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격식체의 아주낮춤과 비격식체의 높임이 섞이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셨습니다’와 ‘-요’는 둘다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높임단계로서 결합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또한 ‘했어’와 ‘-요’는 둘다 비격식체로서 그 결합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설명이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 우리는 ‘했습니다요’와 ‘했어요’를 써 왔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을 살아가는 중고등학생들의 입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 ‘했다요’는 정말 정체불명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표현은 심리적으로 반말의 심리와 높임의 심리가 혼용된 데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사실을 말하려 할 때, ‘했다’로 끝내려는 심리가 앞서고, 그 상대가 높임의 대상이므로 엉겁결에 ‘-요’가 결합한 것이 유행어처럼 퍼진 것이라고 여겨진다. 앞선 ‘언어산책’에서 ‘하실게요’라는 희한한 높임 표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 문제도 왜 생기게 되었는지, 정확히 무엇이 잘못된 점인지를 산책을 하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고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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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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