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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권의 언어 산책] '박여사'님 안녕하십니까?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6월 02일
 
ⓒ (주)포천신문사 
우리는 수없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거나, 여러 가지 호칭어와 관직명을 부르며 산다. 나는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출석을 부를 때가 많다. 사적인 대화에서의 이름, 호칭, 관직을 부를 때와는 달리 출석을 부르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부르는 사람이나 불리는 사람이나 발음에 민감할 수 있다. 또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같은 공영매체에서의 경우는 중요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김연아'선수의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때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중계방송을 봤었다. 김연아 선수의 화려하면서도 완벽한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내 귀엔 아나운서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기며나!'라고 발음하는 딱 한 마디였다.

정말 그땐, '김연아'라는 이름밖에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런데, 문제는 '김연아'를 부를 때의 발음이었다. [김녀나]인지 [기며나]인지의 문제였다. 내 이름은 '김유권'이다. 과거 학창시절, 그러고 보니 어떤 선생님은 [김뉴권]으로 어떤 선생님은 [기뮤권]으로 부르셨던 것으로 기억난다. 지금 글을 쓰면서, 고민이 됐던 학생들의 이름들을 떠 올려 본다. '박예준/박유림/민예원/김영준'. 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방녜준/방뉴림/민녜원/김녕준]으로 부르는데, 때때로 학생들은 크게 웃음짓고, 당사자들은 민망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발음의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로 한다.

우선, 우리말에서는 어떤 뜻을 지닌 두 말이 만날 때, 그 뜻을 정확히 하기 위해 제3의 소리가 덧나는(첨가되는) 경우가 있다. 솜과 이불이 만나면, 솜이불[솜니불]로 되는 경우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상당히 다양하나, 여기서는 간단히 언급만 하기로 한다. 그러나 단순히 말이 이어질 때는 그냥 소리가 이어서(연음해서) 발음된다. '솜이 부드럽다'에서는 [소미]로 발음되는 이유가 그러하다. 두 뜻의 말들이 결합할 때, 제3의 소리가 덧나는 경우는 앞의 말이 받침이 있고, 뒷말은 '야/여/요/유/이'인 경우다(표준발음법 제29항 참고).

그럼 이름은 어떠한가? 이름은 성과 이름의 두 부분이 마치 두 뜻의 말이 결합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성과 호칭어(박여사) 또는 성과 관직명(김사장), 이름과 호칭어(순희형수), 이름과 관직명(철호부장)으로 부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야구선수 가운데 '진갑용'선수는 '진'과 '갑용'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갑용'은 [감뇽]이 아니라, 이 경우는 하나의 뜻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어 발음하여 [가뵹]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갑'이 성이고, '용철'이 이름이라면, [가뵹철]이 아니고, [감뇽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의 '박예준/박유림/민예원/김영준' 학생들은 [방녜준/방뉴림/민녜원/김녕준]의 발음이 놀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르게 이름이 불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김뉴권]이요, 벤쿠버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김녀나]선수다. 이것은 '박여사/김여사'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바겨사/기며사]로 발음하나,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방녀사'김녀사]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각종 매체에서 잘못된 발음 때문에 유명인들을 지탄하는 경우가 있다. 'Cyber Lover'를 [시버러버]로 읽었다고 비웃기도 하고, 어느 대선 후보가 3D를 [삼디]로 읽었다며,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후보가 지적하기도 한다. 과거 고(故)노무현 대통령은 '방법'이라는 단어를 [방뻡]이라고 발음해서 성대 모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따라 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는 발음에 무관심하지 않은 사회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발음에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이다. 우리의 언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당장 발음은 1차적이고, 직접적인 현상인 만큼 우리는 늘 관심을 갖고, 바르게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주위의 '박여사'(방녀사)님들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봐야겠다.

즘게 김유권 / 국어학 박사
황정민 기자 / 2000jungmin@hanmail.net입력 : 2017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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