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 사랑놀이

박정근(시인,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자

넌 말의 떨림으로 사랑을 느끼려 한다

떨리는 소리는 성대의 울림이었을 뿐

내 가슴은 차가운 냉소로 가득하다

속삭이는 사랑의 밀어는

진실의 샘에서 솟아난 맑은 물이야

사랑게임에서 승리를 만끽하려고

가식의 탈을 쓰는 나는 누구인가

말라버린 사랑의 샘에서 두레박질을 하는 너를 보고

승리를 즐기는 이기적인 나는 누구인가

달콤한 밀어가 사탕발림이라고 고백하라는

가슴 두근거림을 난 모른 척 할 것인가

그저 소리의 마스크를 쓰고

사랑의 진실을 위장하는 그대는

자국 없는 유령에 불과하다

<감상노트>

누구나 인간은 에로스적 욕망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봄물을 먹고 들꽃 한 송이가 풀섶에서 문을 연다.

주변을 지나던 나비가 날다 날다가 들꽃을 보았다.

햇살에 터질 듯 물이 오른 앞가슴을 보았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서자 나비는 말을 건다.

들꽃이여!

들꽃이여!

나비랑 말하자.

나비와 놀자.

나비와도 살자.

인간은 세상의 장사꾼일까.

아니다 사랑은 결코 흥정이 아니다.

                                      안   익  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