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추억속의 여행

올 정월 대보름달님이 숨어 버렸다. 세상사를 내려다보니 한심스러운 일이 많아서 보살펴줄 자비의 마음이 싹 가셨나보다. 보이지 않는 달님을 찾아 오늘밤은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깊은 가을밤 드높은 창공의 달님은 그 맑고 고고한 빛에 다가설 수 없는 마음에 가만히 훔쳐보고 있어야 할 정도로 냉냉한 위엄을 비추고 있다.

섣달이 지나 정월을 맞으면 달님은 한껏 가까이 다가와 커다랗고 온화한 모습으로 뒷동산 마루에 둥실 떠 있다.

저절로 손을 모아 마음속 간절한 소원을 빌어본다. 저 맑고 환한 품안에서 모든 이들의 고통을 다 해결해 주실 듯 달빛에 젖은 내 눈빛도 고요와 평화만이 보인다.

어제밤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난다. 열 나흗날 잠을 자면 귀신이 와서 눈썹을 하얗게 세어버리니 절대 잠을 자면 안된다고...... 무엇이든 집착을 가지고 안간힘을 쓰면 더 쉽게 무너지듯이 끝내 잠을 쫓지 못해 쓰러지면 언니 오빠들이 밀가루를 눈썹에 하얗게 뿌려 놓는다.

날이 밝은지도 모르고 있으면 부럼을 깨물어야 좋다는 눈도 뜨지 못한 입에다 호두, 밤을 쑤셔 넣어준다.

정신차릴 틈도 없는데 짖꿎은 옆집 친구가 밖에서 소리 높여 나를 부른다. 얼른 대답을 하며 ꡒ내 더위 사가라ꡓ 대답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 어머니 말씀이 그놈의 잠에 취해 잊어버렸다.

그 시절이야 더위 때문에 겁나할 체구를 가진 사람은 동네를 털어 봐도 없다. 일년내 소고기국을 몇 번이나 먹는다고......아이들 군것질이라야 엿에 버무린 강냉이 튀밥! 헌 고무신도 서로 다투며 엿 바꿔먹던 그 시절! 정․이월에 얽힌 이야기 거리는 지금 생각하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생각하면 안쓰럽다. 동심의 세계에서 그들이 누리며 즐거워야할 소재거리가 너무 없다.

오직 남보다 앞서는 재능만이 만족을 충족해 주고 그러기 위해서 과열된 교육현장은 전쟁터가 무색할 정도니.....

어느 한 모퉁이에서라도 옛것을 연계해서 아이들 심성에 접목시키면 초등학생이 자살하는 무서운 세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의 눈빛에 천진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밝은 세상을 열어 가는 오작교 다리라도 만들어질텐데......

짙은 구름이 걷히고 달님이 모습을 드러내면 두손 모아 간곡히 빌어봐야지...... 세상 어린이들이 꿈을 먹고 자랄 수 있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