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탐조(探鳥)이야기 (5)] 논병아리

물고기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논병아리는 사냥의 명수이자 눈치가 100단도 넘는 악동입니다.

포천천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이 녀석이 워낙 민감하여 인기척만 느끼면 "퐁" 소리와 함께 어느새 물 속으로 잠수하여 전혀 엉뚱한 곳으로 "쏙" 나오기 때문에 탐조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녀석입니다.

지난 2월 2일 포천생태연구회에서 포천천의 조류실태파악을 한바 있었는데,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논병아리 4마리가 하송우리 수중보 근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우리일행이 신기한 마음에 하천 부지내 자전거 전용도로로 내려서자 바로 물 속으로 잠수하여 하류로 내려 가버리더군요. 그 순간은 정말 얄밉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정감이 가는 귀염둥이 논병아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논병아리는 부화되자마자 바로 어미를 따라 다니며 물에서 수영과 사냥을 배우게 됩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어미의 등에 올라 타고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엄마가 어린 아이를 등에 업어서 키우는 우리의 부모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논병아리는 물 속 깊이 잠수를 해서 먹잇감(물고기, 소라, 달팽이, 새우..등)을 사냥하는 잠수성 조류이며 몸길이 24cm 정도의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그래도 병아리보다는 훨씬 큽니다.

재미있는 것은 논병아리가 어른이 되어도 역시 병아리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불린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논병아리의 머리 생김새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두배 가까이 더 큰 물닭이 있다 보니 그만 병아리로 "격하"된 모양입니다.

그리고 논병아리는 땅에서는 잘 걷지 못하지만 잠수실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물갈귀가 잘 발달되어있어 한번 잠수하면 100여 미터 정도까지 가서 물고기 등을 먹이를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물에 잠수하는 경우는 먹이를 사냥하거나  위험을 느낄 때 물 속으로 첨벙 들어가지요.

새들의 눈에는 순막(瞬膜)이 있어 물 속에서도 잘 볼 수 있으며 물 밖의 동정을 살피다가 위험이 없어지면 그때 물위로 올라와 유유히 수영을 하곤 합니다.

논병아리의 사냥 성공률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워낙 식탐이 많은 편이라 물에 들어가 사냥에 성공하여 물고기를 물고 나왔을 때는 무리의 다른 녀석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다다다다....하며 물위를 뛰다시피 멀리 달려가서 먹이를 삼키게 되는데,

어떨 때는 물고기를 물고 달려가다 그만 먹이를 떨구고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포천천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쉬고 있습니다. 천수만이나 금강하구언 같은 대규모 철새도래지 와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월동을 마치고 이동을 하는 도중 잠시 쉬었다가 가는 중간 경유지로 그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중간 과도기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모두가 철새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호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포천생태연구회  회장 이 상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