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보신각(普信閣)의 종

0. 파루(罷漏) ․․․․ 33번 타종 --- 33天의 원리.

0. 동양 고래의 우주관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견선성(見善城---제석천:帝釋天)이 있다고 보았다. 모두를 합치면 33개 하늘(33천)

0. 인정(人定) ․․․․ 28번 타종 --- 우주성신(宇宙星辰) 28수(宿)의 원리.

조선왕조는 성리학(性理學)을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으로 내세우며 등장하였다. 개국에 즈음하여 조선의 기본정책을 밝히기 위해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등에 의해 찬진(撰進)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개국의 이념과 통치철학을 명문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500년 사직의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경국전을 보면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14세기말 이 지구상에서 이토록 뚜렷한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을 명문으로 밝히면서  출범한 국가는 없다.

성리학의 근본적인 핵심을 요약한다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오상(五常)일 것이다.

이 이념과 철학이 실증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예가 우리의 문화유산 속에 아직도 남아있다.

조선조의 수도인 한양,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유서깊은 수도 서울이다. 경복궁(景福宮)을 짓고 동서남북의 4대문을 냈다. 우리가 동대문이라고 속칭하는 문의 이름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속칭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의 본 이름은  숭례문(崇禮門),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다. 성리학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표현한 것이다. 즉 인간의 참다운 본성(本性), 그 최고의 가치들을 사방의 각 대문에 하나씩 현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생국가는 총칼로서가 아니라 인의예지로써 백성을 다스려 나가겠다고 하는 통치자의 확고한 의지가 천명된 것이다. 조선왕조가 얼마나 뚜렷한 명분위에 발을 딛고 출발한 나라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한 의미를 지탱해주는 것들이 또 있다. 4대문 사이사이에 소문(小門)들이다. 광화문(光化門), 혜화문(惠化門), 돈화문(敦化門), 흥화문(興化門), 선화문(宣化門)등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화(化)라는 글자를 품고 있는데,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교화민속(敎化民俗), 즉 백성을 가르쳐 풍속을 순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문들의 이름을 종합하여 그 의미를 추출해보면 인의예지로써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된다. 참으로 차원 높은 개국의 변(辯)이 아닐 수 없다.

그 뿐이 아니다. 종로 네거리에는 보신각(普信閣)이 세워졌다. 여기에 종을 매달고 이 종이 울리는 것에 맞추어 저 인의예지(仁義禮智) 4대문을 열고 닫았다. 여기에 신(信)을 더하여 오상(五常)을 이루웠다.

이 보신각종을 흔히 절에 있는 여느 종들과 다름없이 생각해 버리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선 이 세상의 모든 종들은 그 것을 몇 번 울리느냐 하는 것이 종잡이의 마음에 달려 있지만 종잡이 마음대로 칠 수 없는 유일한 종이 있다면 바로 우리나라 보신각종일 것이다.

이 종을 몇 번 울리느냐 하는 것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한 밤이 되어 4대문을 닫는 인정(人定)은 28번을 쳤다. 28이라는 숫자는 하늘의 별자리 28수(宿)에서 나왔다. 그 28수를 모두 거쳐 천지가 1순환을 마치면 하루가 끝난다고 보아 그렇게 쳤던 것이다.

새벽이 되어 4대문을 여는 파루(罷漏)는 33번을 쳤다. 오늘날에도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새 날이 밝을 적에 제야(除夜)의 의미로, 또 3․1 절이나 광복절 기념행사 때 이 종을 33번 친다.

33번이라는 수는 33천(天)에서 나왔다. 이는 동양고대의 우주관을 반영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동서남북의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제석천(帝釋天)이 있는 견선성(見善城)이 있다고 보았다. 모두 합치면 33천(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군(檀君) 할아버지의 부조(父祖)이신 환인천제(桓因天帝)가 제석환인(帝釋桓因)이라는 신화(神話)가 있다. 제석신앙(帝釋信仰)은 하늘에 대한 외경심리(畏敬心理)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민족문화 대백과사전.  동서문화 대백과사전.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홍일식저).  진단학보(震壇學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