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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해년 설날 돼지 이야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2월 21일

박동규(사진․영북노인대학 학장)

새로운 희망과 새 삶에 대한 의욕에 찬 정해년(丁亥年) 돼지 해 설날을 2월 18일에 맞게 되었다. 설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일(民俗日)로 세수(歲首),세시(歲時),년두(年頭) 등으로 불렀고 매년 간지(干支)의 태세(太歲)로 연호(年號)를 사용했는데 금년이 정해년 돼지해이다. 


돼지는 12 지지(地支) 가운데 마지막인 열 두 번 째 동물이다. 예로부터 돼지는 지신(地神)의 상징으로 여겼고, 돼지꿈을 꾸게 되면 길상(吉祥)으로 여겨 행운(幸運)과 재복(財福)을 누리게 된다고 믿었다.


돼지는 돼지과(豚科), 돼지속(豚屬)에 속하는 가축으로 원래는 야성(野性)이 강한 산돼지가 길들여져서 집에서 기르는 가축(家畜)으로  우리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어 만인의 귀염을 받게 되었다.


돼지에 관한 한자는 숱하게 많은데 12 지지(地支)에서의 돼지는 해(亥), 돼지의 총칭으로 시(豕), 새끼 돼지는 저(猪), 큰 돼지는 희, 멧돼지는 단, 암퇘지는 루, 수퇘지는 가, 불알 깐 돼지는 분 등 특징에 맞게 구분해서 표기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猪),시(豕),돈(豚)으로 두루 표기하게 된다.


돼지는 체구(體軀)가 뚱뚱해 뭔가 풍만(豊滿)하고 후덕(厚德)해 보이고, 다른 짐승에 비해 풍성(豊盛)한 인상을 주기에 친근감(親近感)을 갖게 된다.


성격이 순하고 배가 부르면 조용하여 여러 사람의 귀여움을 받게 되지만 환경이 불결하고 굶기거나 충격을 받게 되면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시뢰․豕牢)를 벗어가려고 몸부림을 치게 되고, 뛰어나가 앞을 향하여 돌진(突進)하기 때문에 저돌적(猪突的)이다.


급하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저돌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돌(猪突)의 "저(猪)"자는 돼지를 의미한다. 사람들 가운데 성난 돼지와 같이 앞으로만 돌진하는 용맹으로 급하게 앞만 보고 막 가는 사람을 지칭해서 저돌희용(猪突豨勇) 또는 희용(豨勇)이라고 했다.


돼지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을 의미하기도 하며 다복(多福) 다산(多産)을 나타내는 길상(吉祥)의 동물로 상징된다. 성장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해서 다산의 동물로 오늘날 저출산(低出産) 우리사회에서 인간이 부러워하게 된다. .


12 지지(地支) 동물 가운 데 용과 더불어 인간이 선호하는 짐승으로 꿈속의 선망(羨望)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흔히들 돼지꿈을 꾸기를 바라고 꿈을 꾼 뒤에는 재복(財福)이 온다고 믿는데 과연 그런지 알다가도 잘 모를 일이기도 하다.


반면, 돼지는 세속(世俗)에서 미련(未練),탐욕(貪慾),나태(懶怠),불결(不潔),도식(徒食) 그리고 우둔(愚鈍)함을 대표하는 동물로 비하(卑下)되기도 했다.


돼지는 체질(體質)이 강건(强健)해서 어떤 기후나 풍토에서나 잘 적응하는 잡식동물(雜食動物)이기에 농가의 부산물(副産物)로 예로부터 웬만한 가정에서는 돼지를 우리에 가두어 한두 마리씩 기르곤 했다. 돼지를 길러 자식들의 중고생 학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돼지는 좁은 우리 공간에서 기르다 보니 배설물(排泄物)이 쌓여 역한 냄새가 나서 불결한 짐승으로 치부(恥部)하지만, 본래의 생활습성은 공간이 넓으면 잠자리와 배설(排泄)하는 자리를 구분하여 깨끗하게 사는 동물이다.


제주도에서는 반세기 전 육군훈련소 당시서부터 장병들의 인분을 먹여서 기른 똥 돼지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해져오는가 하면, 근간에도 농가에서 똥돼지를 길러서 파는 식당을 관광객들이 찾게 되는데 육질(肉質)이 연해서 별미(別味)로 민속주(民俗酒)와 함께 주객들에게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


옛날 농촌 가정에서는 길흉사(吉凶事)를 맞게 되면 기르던 돼지가 으레 희생(犧牲)되어 제상에 오르고 다른 음식에 비해 인기도 많았다.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돼지를 잡는 날에는 동네 사람이 다 모이다시피 하여 동내 잔치를 벌여 큰 가마솥에 끓인 순대국을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어 즐겨 먹었다. 곱창이나 순대의 별미(別味)는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알지 못 하리라. 그 당시 장터에는 노파가 돼지국밥과 막걸리를 팔고 있었는데 사돈이나 친한 손님을 이 곳에서 대접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정경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음식문화도 점차 발달해서 오늘에는 삼겹살,돼지갈비,족발 등 대중 기호식(嗜好食)으로 등장해서 즐겨 먹게 되었다. 예로부터 서민들의 식탁에는 돼지고기가 자주 오르게 되어 다른 진수(珍羞)보다 각광받고 있다.


고래(古來)로부터 돼지가 종묘(宗廟)․천지(天地)․산천(山川) 등 제의상(祭儀床)에 산양과 소와 함께 단골로 오르게 되는데 요즘에는 고사(告祀) 때마다 으레 제상에 설익은 돼지머리가 오르고 절하는 사람이 지폐를 입에 물리는 풍속도(風俗圖)를 흔히 보게 되는데 복을 받기를 소원(所願)해서다.


돼지에 대한 속언(俗言) 가운데에는 재미있고 의미를 부여하는 말들이 퍽 많다. 식탐(食貪)이 강해서 잘 먹는 사람을 "돼지처럼 먹는다." 라고 비유했고, 노래를 부를 때 목소리가 곱지 않을 때 "돼지 목 따는 소리" 라 빗댔다. 사물의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물도 소용없다고 해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라고 비꼬았고, 욕심이 많거나 뚱뚱한 어린이게는 "꿀돼지"라고 귀엽게 불러주기도 했다. 미련스러운 돼지의 이미지 때문에 미련한 사람의 직감(直感)이 맞아 떨어질 때 "돼지가 깃을 물어들이면 비가 온다." 고 비유했다. 그리고 자기 자식을 낮추어 이르는 말로 가돈(家豚) 또는 돈아(豚兒) 등 겸칭(謙稱)이 있지만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돼지는 원래 야성(野性)이 강한 산돼지를 순화(馴化)시켜 개량하여 번식시켰지만 지금도 산돼지가 산악지대의 농작물의 피해를 주어 농민의 원성(怨聲)의 대상이기도 하고, 근간에는 야산까지 먹이를 얻기 위해 찾아와 피해를 주고 있는가 하면 동절기에는 도시 중심가까지 내려와 시민을 위협하여 경찰과 포수에게 피살당하는 장면을 가끔 보게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근간에는 돼지를 기르는 양돈업이 성하여 수 백, 수 천 마리씩 기르는 대량 양돈 농가가 많이 있다. 하지만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나 화재로 인해서 집단 질식사(窒息死)하여 구덩이에 생매장I(生埋葬)하는 장면이나 장마 때 홍수에 대량의 돼지가 둥둥 떠나려 가는 광경 등은 차마 볼 수 없어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어 연민(憐憫)의 정을 느껴 바라보기를 주저(躊躇)하게 된다.


생물계의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모든 동물을 제어(制御)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성장을 촉진(促進)시키고 야성(野性)을 순화(馴化)시키기 위해 수퇘지를 거세(去勢)하거나, 다량으로 번식시키기 위해서 인공수정(人工受精)을 하는 것은 생물의 생식본능(生殖本能)을 박탈(剝奪)해서 생물에 대한 당초의 생존권(生存權) 마저 상실하게 했다.


오늘날 돼지를 복제(複製)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장기이식(臟器移植)의 실험대상이 되어 적절한 공여(供與)동물로 인간에게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쌍춘년(雙春年)에 이어 금년은 "황금 돼지해"라고 하여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재운(財運)이 있다고 믿는 길상(吉祥)의 한해를 맞게 되었다.


정해년의 정(丁)은 붉은 색을 의미하며 이는 황금을 비유적(比喩的)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돼지의 한자인 "돈(豚)"은 돈의 "전(錢)"과 독음(讀音)이 같아서 돼지가 돈이라고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런 좋은 의미를 가진 길상(吉祥) 정해년에 우리 모두 돼지꿈을 꾸어서 다복(多福)하고 다산(多産)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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