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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성의 칼럼] 달항아리와 국가수사시스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16일
 
< 이임성 / 포천신문 논설위원 >
 
교대역 인근의 한 막국수집에는 시선을 붙잡는 이조백자 달항아리 한 점이 놓여 있다. 경기도 양주 출신의 원로 공예가 신상호 작가 작품으로, 판매가는 2,500만 원에 이른다. 가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단아하면서도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둥근 듯하면서도 미세하게 기울고, 좌우의 균형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바로 그 자연스러운 비대칭이 달항아리만의 품격을 만든다.

달항아리는 한국 미학의 정수를 상징하는 도자기다. 조선시대 왕실 관요인 사옹원에서 제작되어 곡식과 기름을 담는 생활용기로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한국인의 미의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제작 방식이다. 사람들은 하나의 둥근 항아리를 한 번에 빚어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크기 40~50cm인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만든 뒤 하나로 이어 붙인다. 이후 1,2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내는 과정에서 연결 부위는 뒤틀리고 변형된다. 열 점을 구우면 한 점 정도만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만큼 제작은 어렵다. 그래서 세상에 똑같은 달항아리는 하나도 없다.

국보로 지정된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들기도 어렵고, 보존하기는 더욱 어렵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 오늘까지 전해진 작품은 그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문득 우리나라의 국가수사시스템도 달항아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사는 달항아리 만들 때 위 아래를 이어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검찰과 경찰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했다.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은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며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도적 문제와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시대 변화에 맞춘 개혁 역시 필요했다. 그러나 70여 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회적 갈등을 거치면서도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범죄 대응 능력과 법치주의의 안정성 역시 그 균형 속에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추진되는 정치권의 수사권 개편 논의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국가경찰에 수사 기능을 더욱 집중시키고 검찰의 수사 기능은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달항아리를 위와 아래로 나누어 빚는 오랜 지혜를 버리고, 거대한 항아리를 한 번에 한 덩어리로 성형해 보겠다는 발상과 닮아 보인다. 처음에는 더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물레 위에서는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가마 속에서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될수록 견제와 균형은 약해지고, 제도 전체의 안정성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형사사법제도의 목적은 어느 기관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제도 개편의 기준 역시 효율성만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 그리고 국민의 권익이 되어야 한다.

달항아리가 오늘날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유는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감싸 안은 균형에 있다. 국가수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기관이 모든 기능을 독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기관들이 긴장과 협력을 통해 균형을 유지할 때 비로소 제도는 오래 살아남는다.

수사권 개편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지키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달항아리를 빚어낸 조선 도공의 지혜가 오늘의 제도 개혁에도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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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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