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반도체 강국이자 문화 강국이다. 삼성의 반도체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우리 문화가 국경을 넘어 존경받는 시대다. 그러나 유독 대한민국의 정치는 21세기 선진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현 지사의 이른바 ‘현금 살포 사건’과 그에 따른 전격 제명 소식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인물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당적을 박탈당했다는 사실은 지역 정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몰락이나 특정 정당의 악재를 넘어, 여전히 우리 선거판에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돈봉투 정치’의 실상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수많은 예비후보에게 이번 사태는 준엄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거나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방식이 결국 자신은 물론 유권자의 기대를 어떻게 처참히 파괴하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정치 후진성, 언제까지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금품수수 사건은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질병이다. 정책과 비전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대신, 검은 돈으로 표를 사려는 행태는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건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다.
정치권이 ‘정치 개혁’을 외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그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치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기본 철학과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비뚤어진 특권 의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진국형 정치는 돈의 힘이 아니라 인물의 됨됨이와 정책의 정교함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삼성의 반도체가 정밀한 공정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를 제패했듯, 정심(政心) 또한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의 정밀도’로 승부해야 한다.
유권자의 깨어있는 의식이 정치를 바꾼다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유권자들의 의식 또한 선진국형으로 거듭나야 한다. 돈봉투를 건네는 손보다 무서운 것은 그것을 용인하거나 방관하는 유권자의 시선이다. “다 똑같지 뭐”라는 냉소는 부패한 정치인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이 된다. 누가 진정으로 지역 발전을 고민하는지, 누가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따지고 검증하는 ‘현명한 주권자’가 많아질 때 우리 정치는 비로소 정화될 수 있다.
이번 전북지사 사태를 계기로 6.3 지방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는 스스로를 엄격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당장의 승리를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순간, 설령 당선된다 한들 그 끝은 비참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구태 정치인에게 속지 않는다. 깨끗하고 당당하게 유권자 앞에 서는 후보, 정책으로 승부하고 결과로 책임지는 후보만이 국민의 진정한 사랑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사랑받는 정치를 향한 간절한 염원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우리 정치도 삼성의 반도체처럼 전 국민의 자부심이 되는 날이 오기를 말이다. 정치가 더 이상 갈등과 부패의 온상이 아니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설계하는 ‘사랑받는 서비스’가 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돈봉투가 아닌 땀방울이, 밀실 야합이 아닌 광장의 소통이 선거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성의 늪을 탈출하여 진정한 선진국형 정치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이제는 정치권이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