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축은 지극히 정신적인 것입니다.

조각가는 채석장의 돌덩이를 가져다가 끌과 망치로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 조각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여인의 모습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조각으로 태어난 그 여인은 이 세상의 어떤 여인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칭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돌로 만들어진 그 여인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 때 돌덩이는 생명을 지닌, 따뜻한 탄력을 지닌 여인으로 살아있습니다. 조각가는 돌덩이로 아름다운 여인을 지어냅니다. 작가는 말로 쟝발쟝을 이 세상에 보냅니다. 화가는 물감으로 물결치는 보리밭을 그려냅니다. 작곡가는 음으로 달빛을 지어냅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가는 콘크리트와 쇠토막 나무토막 흙덩이로 아라비안 나이트의 궁전을 지어냅니다. 그 때, 그 궁전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흙덩이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물감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화가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건축 재료를 사용한다고해서 모두가 건축가가 될 수는 없겠지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건축이 영혼을 갖기란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건축가가 영혼을 갖기란 돼지가 진주를 아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자본주의의 건축은 그 건축에서 <얼마를 뽑을 수 있느냐>로 판가름나게 됩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건축은, 도시계획에서는 돈 냄새가 납니다.

건축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은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은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은 살아있어야 합니다. 건축은 덩어리가 아닙니다. 건축은 지극히 정신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