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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비정신 50] 무슨 물건으로 저 창고를 채울꼬?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20일

한국한시협회 포천지회장  리 효종

상진은 충실하고 성품이 너그러워 여유가 있었고, 도량이 커서 평생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벼슬에 오르면서부터 살림살이를 모으는 데 신경쓰지 않아 마당에 있는 창고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이윽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창고가 무너질 지경에 처하자 청지기가 말했다.


ꡒ창고의 기둥이 썩어 그대로 두면 허물어 질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창고를 수리해야겠습니다.ꡓ


그러자 상진이 말했다.


ꡒ수리하는 건 좋다마는 내겐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물건으로 저 창고를 채울꼬?ꡓ


결국 창고가 무너져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그의 아들이 과거에 낙제했을 때였다. 당시 과거에서 떨어진 선비들은 한데 모여 술과 먹물을 마시며 떠들썩하게 소리치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상진은 아들이 낙제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불러 조용히 타일렀다.


ꡒ과거를 치르는 사람이 먹물을 마시고 떠들썩하게 노는 것은 항시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나 만일 정도(正道)를 잃는다면 그 폐단이 점차 비루해질 것이다. 소소하게 과거에 합격하고 실패한 것에 기뻐하고 슬퍼한다면 훗날 조정에 서서 대사를 결정할 때 그 본성을 잃게 될 것이다.ꡓ


하루는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집안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도둑을 잡았다. 집안 사람들이 도둑을 잡아 대령하자 상진은 도리어 도둑을 불쌍히 여기며 말했다.


ꡒ굶주리고 떨면서 쪼들리다가 부득이 이런 짓을 저질렀구나!ꡓ


그러고는 도둑이 훔친 물건을 도로 내어주며 말했다.


ꡒ네가 만약 배고프고 추위에 떨거든 나에게 와서 고할지언정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ꡓ


그는 벌레나 짐승을 기르다가도 때가 되면 반드시 놓아주며 말했다.


ꡒ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ꡓ


그는 관대하고 도량이 커서 평생 남의 과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다리 하나가 짧은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ꡒ저 사람의 걷는 모습을 보니 한쪽 다리가 짧은 게로군.ꡓ


그 말을 들은 상진이 말했다.


ꡒ그대는 어찌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는가. 마땅히 다리 하나가 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ꡓ


평소 그는 자식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훈계하였다.


ꡒ내가 죽은 뒤에 만일 시호(諡號)를 청하려면 반드시 나의 행적을 기록한 행장(行狀)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특별히 기록할 만한 것은 없다. 다만,ꡐ만년에 거문고 타기를 좋아하여 얼근히 취하면 곧바로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는 노래 한 곡을 타면서 스스로 즐겼다.ꡑ고 하면 될 것이다.ꡓ


상진(尙震)


1493년(성종24) ~ 1564년(명종19).


본관은 목천(木川)이며 자는 기부(起夫). 호는 송현(松峴) ․ 향일당(嚮日堂) ․ 범허재(泛虛齋)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매부인 하산군(夏山君) 성몽정(成夢井)의 집에서 자랐다.


1516년(중종11) 생원시에 합격하고, 이어 1519년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예문관검열이 되었다.


1533년 대사간이 되었고 이어 부제학 및 형조참판, 경기도 관찰사를 거쳐 1539년 중종의 특명으로 형조판서가 되었는데, 사간원에서는 전례가 없는 특진이라 하여 탄핵을 받고 한성부좌윤으로 물러갔다가 다시 대사헌이 되었다. 그 후 요직에 기용되었으나 윤원로(尹元老)와 결탁하였다하여 인종이 즉위한 후 경상도 관찰사로 좌천되었다. 명종이 즉위한 후 문정왕후(文定王后)의 후원으로 병조판서, 우찬성,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등을 지냈다.


좌의정 이준경(李浚慶)과 더불어 사림을 등용하고, 성품이 청렴하고 인자하여 신망이 두터웠다.  시호는 성안(成安)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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