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퇴근후 누구 만나나 신고하자"

최근 법조비리로 사법부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포천시법원장 임희동 판사가 지난 24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모든 법관에게 일과 후나 공휴일에 만난 사람을 신고하는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임희동 판사(사시 16회)는 "모든 법관이 일과 후나 공휴일에 만난 사람을 신고하는 제도를 두면 어떨까요?"라는 글을 통해 초임 법관 시절 어려웠던 법관 생활을 아버지와의 대화를 인용해 설명한 뒤 "지금도 많은 법관들의 사정이 별반 달라지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 판사는 "오직 명예와 자존심만을 먹고 사는 것이 우리 법관의 생활"이라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소송 당사자, 또는 국민으로부터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하고 몇 번을 생각하고 친구나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법관은 성직자 아닌 성직자"라고 말하면서 살아가고 법관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히 친구와도 동창과도 친척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

임 판사는 "진정으로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정직과 공정, 양심과 법에 따른 재판을 하고자 노력하며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고 선비적인 삶, 성직자 아닌 성직자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법관들에게 곤혹스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따라서 "법관이 일과 후나 공휴일에 만난 사람이 누구든 다음 날 자발적으로 자진 신고하게 하는 제도를 두면 어떨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판사는 "법관도 개인 일상이 있으므로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만난 사람을 자율적으로 자진 신고하게 하면 그 떳떳함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임 판사는 "물론 이 제안은 법관 개인의 사생활을 심히 제한하는 것 인만큼 다수 법관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이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