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석출(水落石出)

중국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하나인 소동파(蘇東坡)는 조조의 100만 대군이 손권과 유비의 5만 군사에게 대패한 적벽대전을 회상하며 자연의 장구함에 비하여 인생이 짧음을 한탄한 적벽부를 썼다.

그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山高月小 水落石出(산고월소 수락석출) 산은 높고 달은 기울었으며, 물이 빠지니 돌이 훤히 드러나도다." 이 구절에 대해서 사람들은 비밀에 가려있던 진상이 훤히 드러나는 모습을 수락석출(水落石出)에 비유하였다.

이 문장은 어떤 비밀스런 일이라도 지금은 형상이 물 속에 잠겨져 있으나 언젠가는 진실이 들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연들을 옛글의 내용에 비유를 통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사실에 근거하여 가지고 있는 자료를 근거로 일목요연하게 서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시민대종은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민의 여론수렴과정이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여느 단체들은 몇 년을 힘들게 활동하여 성과를 거두어도 겨우 몇 백에서 몇 천의 예산을 받기도 어려운데 비해서 뚜렷하고 확실한 명문도 없이 거액의 예산이 시민대종추진위원회 발족과 동시에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재빠르게 집행된 것은 보편타당성이 상실한 일이라 할 수 다.

어린이와 학생들의 모금과 관련하여서도 경기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이 2005년 9월 16일 답변한 내용을 보면 "… 그러나 우리교육청에서는 상기 모금 건에 대하여 학교장의 자율적인 모금결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할 사항이라 판단되어, 해당교육청에 이후 모금중단 할 것과, 현재까지 모금액 전액을 해당학교로 환불조치하고 모금액은 학교장이 판단하여 처리할 수 있게 시정을 요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보아 학생모금과정과 절차에서 자율성이 배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종 건립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지역신문에 피력하면서 강력하게 반대하였던 분이 갑자기 돌변하여 추진위원장이 된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시민대종은 총제작비와 사업기간 그리고 예산투입 금액은 물론 예산예정금액, 제작상황, 기부금 모집현황… 등 시민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마저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커다란 오류를 남겨 놓았다.

그리고 성금액이 30만원이상 낸 사람은 비석에 100만원이상 낸 사람은 상량에 이름을 새겨준다고 홍보하였는데 시비 10억 이상이 투입된 상황에서 정작 그 예산의 주인인 일반시민들은 이름 남기기에서 제외된 것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한편 반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하고 협박과 인신공격으로 명예를 훼손한 점과 사전에 기금모금에 타당성에 관한 시민들의 자율적 의견을 듣는 공청회나 여론수렴 과정이 전혀 없이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기부금을 홍보하고 진행한 점도 지적되는 사안이다.

또한 시공무원들에게 실명기부신청서를 요구하였고 보다 많은 모금을 위해 실․과․소별 납부현황을 제출토록 지시한점 (2005/07/21 [08:59] ⓒ브레이크뉴스), 각 읍, 면, 동장과 리장, 단체장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모금에 협조하라는 공문(2005년 8월 31일 KBS 2TV 저녁8시 뉴스)을 보내 순수민간성금 모금에 대한 시민의 자율적 의사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그리고 모금액과 예산집행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점, 수억 단위 시비가 집행되는 종각건립사업도 공개입찰을 해야 마땅한데 그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된 점, 종 건립 사업을 담당한 부서가 문화공보담당관실인데 부서를 옮긴 사람이 계속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점,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위기의식을 인정하면서 문화관광자원이라고 언급한 점, 재정자립도 33.2%인 열악한 재정에서 시 승격이 된지 여러 해가 지난 후 시비 10억 이상을 들여 억지로 시 승격을 기념해야 한다는 점, 실질적으로 참여한 인원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명단공개 없이 모금에 참여한 인원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10만 명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 등…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을 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을 하나 건립한다고 해서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의 경제가 발전하고 포천의 미래가 희망으로 가득 찬다고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문제를 담고 건립된 시민대종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객관적 가치도 후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유난히 이름 남기기를 좋아한다.

산에 바위마다, 건물을 지을 때마다, 비석을 세울 때마다 스스로 이름을 남기려 한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진실하고 헛되지 않고 진정으로 명예롭게 살았다면 그 이름이 후세들에 의해 드높여져 길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사유명(人死留名) 호사유피(虎死留皮)"의 참된 교훈인 것이다.

아무쪼록 양심적인 심사숙고를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이제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수차천(以手遮天)의 오류를 범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번 쓴 필자의 기고문 지록위마(指鹿爲馬)와 시민대종(市民大鐘)을 읽고 보내 주신 수십 통의 격려전화와 따뜻하게 보내주신 애독자들의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리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회신해 주신 이석구님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다만 필자의 글은 역사의 기록을 글속에 녹여내어 독자의 객관적 판단을 안내했던 글임을 다시 한번 밝혀두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