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지록위마(指鹿爲馬)와 시민대종(市民大鐘)

사기《史記》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잘못된 것을 밀어붙여 강압적으로 끝까지 속이려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의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는 거짓 조서(詔書)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자결케 하고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삼게 된다.

호해는 쾌락을 마음껏 즐기려한  어리석은 황제였다.

조고는 이 어리석은 호해를 교묘히 이용하여 경쟁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많은 충신들을 죽였고, 조고 스스로 승상이 되었다. 전권을 장악한 조고는 욕심이 생겼다.

중신들 중에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려는 계략으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옵소서" 황제 호해가 보기에 그것은 사슴이지 분명히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말하기를 "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라고 했다. 이에 대해"조고"는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 라고 강압적이고 비열한 어조로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런 조고의 말에 호해는 웃으며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각처에서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밀물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중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황제로 삼았으나 끝내는 조고 자신이 황제로 세운 자영에게 주살 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내용이다.

어떠한 일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끝까지 속이려는 사례는 많이 있다.

그중에서 시민대종은 새로운 문화유산을 만든다고 하는 목적으로 소요예산을 시민 1인당 6천원씩 모으면 9억원이 된다는 계획으로 시작 하였다.

그리하여 공무원, 학생, 각종단체를 비롯한 마을 단위까지 성금 모금에 협조하라는 공문이 보내어 졌고, 어린이들의 십 원짜리 동전까지 모았지만 종각과 종을 건립하는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급기야는 모자라는 돈은 도에서 지원받겠다던 비용마저도 시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비 10억원이 종 건립비로 충당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무능한 시민의 대표에 방관 속에서 집행되게 되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조상들의 숨소리가 깃들어 있는 많은 문화적 소산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

그 속에는 신도비, 고인돌, 금석문, 사.단.정려 등 수많은 문화재들이 형체를 잃어가며 촌각을 다투어 보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숨쉬고 말하고 즐겨온 구전가요도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채록과 검증을 거쳐야 하는 심각한 문화적 위기에 봉착했는데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급급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은 뒷날에 계승, 상속될 만한 가치를 지닌 옛날의 문화적 소산. 정신적.물질적 각종 문화재나 문화양식을 말한다.

그래서 억지로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보존의 가치는 후세들에 의하여 결정되어 지는 것이다.

얼마 전 호국로라는 기념비가 그 자리에 새로운 조형물을 만들려고 그 형체가 사라졌다가 지역신문에 보도되자 몸체가 일부 훼손된 상태로 잘 보이지 않는 장소로 옮겨진 예가 있다.

이런 훼손은 또 다른 사람에 의하여 반복될 수도 있으며 진정한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잘 보존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다수의 비용으로 소수의 이름을 남기는 오만과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이 강압적으로 선량한 사람을 속이는 알량함으로 문화를 논하여서는 아니 된다.

진정으로 문화를 아낀다면 우리의 정신과 형체, 그리고 몸짓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하여 꾸준히 실질적 지원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금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는 점점 심화되고 민생은 더욱더 피폐하여 서민들의 삶은 끝이 없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상부상조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가진 것이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없는 사람을 생각하는 정을 나눠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집행하여 시민의 고혈인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낭비해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