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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이규임] 명소(名所)와 성지(聖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11일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소(所)는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글자다. 금문(金文)을 살펴보면 ‘문’의 뜻인 호(戶)와 ‘도끼’의 뜻인 근(斤)으로 구성된 회의자(會意字)로 본래 ‘도끼로 나무를 찍는다’는 데서 ‘나무 베는 소리’를 나타냈으며 가차(假借)하여 ‘자리’의 뜻을 나타낸다. 명소(名所)란 바로 ‘이름난 장소’란 뜻이다. 그리고 성지(聖地)란 ‘신성시 되는 땅’이란 뜻이다. 그런데 ‘바가지 없는 성지(聖地)’라니 도대체 거기가 어디일까.
 
일본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시’다. 가마쿠라의 면적은 39.53㎢로 서울 강남구 크기다. 인구는 17만 명으로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작은 도시에 매년 인구의 100배가 넘는 2000만 명 안팎의 관광객(觀光客)이 모여든다고 한다. ㎢당 관광객 수가 2017년 기준 130명으로 일본의 대표 관광도시인 교토 40명의 세 배가 넘는다. 이 같은 인기 비결(秘訣)은 무엇일까.
 
이곳은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 150여 년간 일본의 실질적인 수도였다. 그리고 일본 서핑의 발상지(發祥地)이기도 하다. 또한 인기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것만이 가마쿠라가 갖춘 매력(魅力)의 전부였을까? 아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가제(定價制)’였다. 그래서일까. 휴가철 이곳 가마쿠라의 교통수단인 명물 전차 ‘에노덴’과 해수욕장인 유이가하마 해변은 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관광객들을 대상(對象)으로 한 ‘바가지 장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유이가하마 해변에 들어선 식당과 술집 그리고 비치파라솔부터 음료수 한 잔까지 전부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위 어디에나 가게 입간판과 벽면에는 가격표(價格表)가 붙어 있고 해수욕장 홈페이지에는 가게 위치 지도와 메뉴·가격이 전부 표기(表記)돼 있다. 이 모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배려한 조치(措置)라는 것이다.
 
또 놀라게 하는 건 가격이 합리적(合理的)이라는 것이다. 225g에 2800엔(약 2만5316원) 하는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2000엔(약 1만8000원)을 넘기는 음식 메뉴가 거의 없다. 비치파라솔을 종일 빌리는 가격은 1500엔이다. 이 해변의 식당 ‘파파야’는 6월에서 8월에만 장사하는 가게인데 “테이블, 파라솔, 물놀이 도구의 대여 가격은 상가 조합(組合)에서 결정하고 먹을거리 가격만 가게의 자율”이라고 한다.
 
왜 일본 젊은이들이 주말 데이트를 하러 가마쿠라로 모여드는지, 어째서 외국인 관광객에도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는지, 그 비결(秘訣)을 알 수 있겠다. 매년 휴가철이면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 축제와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이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이를 보도한 기사마다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간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보다 외국으로 떠나는 관광객이 더 많이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관광지들은 ‘리피터율’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재방문율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한철 장사하지 않는 곳이라는 자부심과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장소라는 자긍심이 드러난다. 코로나 전인 2019년 연간 3188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처음 방문한 관광객 비율은 35.8%였다. 나머지 64.2%는 적어도 두 번 이상 일본을 찾은 경우였다. 심지어 ‘10번 이상’ ‘20번 이상’ 일본을 방문했다는 외국인 비율도 8.5%와 6.8%였다. 그 이유가 뭘까. ‘바가지 없는 성지(聖地)’라는 소문 때문이다.
 
‘바가지가 없는 가마쿠라’는 다시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관광지다. 이곳을 다시 찾은 관광객 비율은 54.1%로 첫 방문자 45.9%를 웃돌았다. 이처럼 가족 모두가 ‘또 가고 싶다’는 걸 보면 과장된 수치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어떠한가? 자성할 일이다. ‘내 집에 온 손님 맨입에 보내지 않고 가는 손님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소중한 이유이다.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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