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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한 여름 밤의 꿈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박 정 근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6월 30일

매년 국립극장 무대에는 "셰익스피어 난장"이란 연극축제가 벌어진다. 

해마다 많은 대학극과 프로극단, 외국극단들이 참여해서 나름대로의 셰익스피어 공연으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나 또한 이 행사를 국립극장과 함께 만들었던 한 사람으로서 배우들이 펼치는 한 편의 무대 이미지와 시 같은 대사에 취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내가 속해있는 교수극단 "셰익스피어 킷스(Shakespeare Kids)"는 "한 여름 밤의 꿈"을 원어로 공연하였는데 초 여름밤에 부르는 사랑의 노래로서 매우 깊은 감명을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인간의 풍요성의 상징인 성적 욕망의 화신인 당나귀로 탈바꿈하는 바톰의 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문학적 텍스트로서 다가오지 않았던 사랑과 성의 가변성과 절박성을 체험한 바 있다.


이 낭만희극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원초적 에너지인 정열과 사랑을 발가벗겨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애욕의 이중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배경은 아테네이고, 제왕인 테세우스와 히폴리타가 결혼하려고 하는 시점이다. 

마침 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귀족 이지우스는 딸 허미아가 자신이 추천하는 드미트리우스를 마다하고 라이센더의 꾐에 빠져서 사랑을 하려고 한다는 고발성의 탄원을 한다. 

아테네도 우리 유교사회처럼 가부장제도가 강력하여 자식은 부모의 소유일 뿐더러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다는 보수적 가치관을 내세운다. 

문학작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갈등관계는 사회와 개인의 대립적 긴장이다. 

남녀간의 자유분방한 사랑의 추구를 사회나 가문의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며 가로막는 경우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러한 갈등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을 품고 자결하는 비극적 상황이 얼마나 많이 등장했던가. 

"한 여름 밤의 꿈"의 허미아와 라이센더도 가족들의 반대를 피하여 야반도주하여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았던 우리 사회의 젊은 연인들처럼 숲으로 달아난다. 

헌데 자신의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허미아에게 미쳐있는 드미트리우스 때문에 비관해오던 헬레나는 이들의 도주사실을 알려서 자신의 사랑을 회복할 기회를 잡고자 한다. 

애정관계에서 가장 흔한 것은 삼각관계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각관계가 이루어져 연인들 간의 쫒고 쫒기는 혼란이 연출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집단적인 규정으로 개인의 사랑을 부도덕하게 바라보는 경직된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의 애정을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가치로 인식하고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셰익스피어는 사람의 감정을 즉시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랑의 묘약으로 연인들의 사랑의 대상을 바꾸어버린다. 

사랑이란 연인들의 눈에 무언가 마술적인 막이 씌워져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요정왕 오버론의 명을 받은 퍽이 얽혀있는 매듭을 풀고자 했던 시도가 의상만을 보고 묘약을 잘못 바른 탓에 잘못된 사랑의 매듭은 더 엉켜버린다. 

허미아를 사랑하던 라이센더가 잠에서 깨어난 직 후 묘약의 효과로 헬레나를 사랑한다고 매달리자 허미아는 헬레나의 수작으로 자신의 애인을 빼앗겼다고 오해한 나머지 헬레나에게 복수하려고 덤벼들며, 드미트리우스는 라이센더가 자신의 애인을 탈취하려는 것을 방어하려고 그를 쫒아 다닌다.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묘약이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는 아이러닉한 상황을 관객들은 오히려 즐긴다. 

남의 스캔들에 더 큰 호기심이 발동하듯이 사랑싸움을 하는 연인들의 맹목성은 매우 우스꽝스러워 상당한 희극적 효과를 자아낸다.    



낭만희극은 노스롭 프라이가 주장했듯이 죽음의 세계에 대항하는 인간사회의 풍요정신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흥망성쇠를 계절의 순환주기로 표현하듯이 죽음을 상징하는 겨울을 극복하고 봄의 숲에서 피어나오는 생명력을 구가하는 재생의식에서 희극의 기원을 찾는다.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상처가 난 사랑을 숲의 정기를 상징하는 요정왕 오버론이 처방하는 "사랑의 묘약"의 효능도 만물이 죽음에서 재생하는 희극적 제의의 영적효험을 연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두 쌍의 연인들은 숲 속에서 한바탕 사랑의 소동을 겪은 후 각자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게 되고 그들의 사랑의 걸림돌이 되었던 가부장적 권위의 상징인 테세우스왕의 축복 아래 함께 결혼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왕을 비롯한 세 쌍의 상류층의 결혼이 몰고 오는 축제분위기는 사회 전반의 풍요정신의 확산을 의미한다.  



내가 역을 맡았던 바톰은 당나귀로 변신하여 요정의 여왕 타이타니아의 사랑을 받는다. 

그는 테세우스왕의 결혼을 축하하는 극중극에 출연하게 되는데, 연습도중 자신의 사랑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요정여왕에게 복수하려는 도구로 사용된다. 

즉, 그는 오버론의 전략에 따라 당시 남근을 상징하는 당나귀로 변하고, 오버론이 바른 사랑의 묘약 때문에 타이타니아 역시 괴물스러운 당나귀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결국 인간이건 요정이건 사랑의 정열에 빠지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분별력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사회의 모든 인간들은 이러한 사랑의 즉흥성이나 우연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연극에서 가장 노골적인 애정행위가 바톰과 타이타니아에게서 발견되는데, 당나귀의 탈을 쓴 존재로서 사랑의 연기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페르소나를 망각한 자에게 잠재된 동물성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사회의 생명력을 연속시키고자 하는 것은 가장 귀중한 것이며, 윤리나 도덕에 의해서 억압을 받고 무의식 속에 숨어있었던 원초적 본능이 한 여름 밤의 꿈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너무 억압해서도 안되며, 젊은이들 또한 정열에 의한 사랑을 너무 절대시한 나머지 분별력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이 낭만희극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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