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상품화된 건축

 
장 덕 철 (해동 흙건축 학교장)

서양의 경우 산업혁명 이전,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 이전에는 <집>은 지어서 파는 상품이 아니었다.

그 시대에는 서민들은 <내 집>을 지어야 하는 경우에 자신과 가족들의 힘으로 또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서 집을 지었고, 지배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석공이나, 대목, 소목을 불러들여 품삯을 지불하고 집을 지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시골에서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이 내집을 내손으로 짓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비싼 땅을 구입할 여유가 없었고 우선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때에 공업화되고 규격화된 건축 재료 - 구운 벽돌이나 시멘트 블록 - 를 사용하여 대량으로 집을 지어서 파는 소위 <집장사>들이 출현하게 된다.

이때부터 <집>은 <이윤을 붙여서 파는> 상품이 된다.

도시의 땅 면적은 일정한데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게 되자 땅 값은 올라가고 자연히 집값도 올라가게 되어서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가  도시에서 집 채 갖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비싼 땅값과 건축비에 <집장사들의 이윤>까지 지불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도시로 오기전에 사람들이 내집을 갖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흙과 돌등의 자연건축재료를 이용하여 그리고 이웃의 노동력의 도움을 받아서 집을 지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로 유입된 후의 공장노동자들은 역설적이게도 집값을 갚기 위해서 평생 힘들게 일을 해야하는 모순 속에 빠지고 만다.

<잘 먹고 잘 살기>위해 도시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이제는 <집값의 노예>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집의 상품화>는 돈없는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집의 상품화>는 건축의 목표가 <이윤 추구>였기 때문에 결코 정성과 애정이 들어가는 집이 될 수가 없었다.

이윤과 정성은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더욱 비싼 집을 건축내용으로는 겉만 번지르르한 빈약한 내용의 건물을 사람들은 많은 돈을 내고 구입하게 되었고, 그 돈을 갚기 위해서 평생 고생하면서 일을 해야하는 웃지 못할 상황 속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매우 진지하게 모색할 수 밖에 없는 단계가 된다. 그래서 재탄생한 것이 <자연 건축>이다.

이제 사람들은 내 집을 내 손으로, 작은 규모로, 경제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친 환경적으로 집을 지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공업화된 건축 재료보다는 자연의 건축재료를 사용하고 화석 연료나 전기를 사용하여 강제 냉난방을 하는 대신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등의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그리고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의 형태 (유기체적 형태)를 도입한 건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