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농 이해조 탐구 / 소설 홍도화

이은영(포천중학교 교사, 이해조문학회 회원)

 동농 이해조의 개화사상중에서 여성에 대한 개화 의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소설이 ‘홍도화’ 이다.

‘홍도화’라는 소설의 제목은 가련한 주인공 이태희의 모습을 묘사한 소설의 첫부분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 비 끝에 부는 동풍이 홍도화 약한 가지를 흔들고 또 흔들더니, 곱고 고운 꽃 한송이가 똑 떨어지며 허공중천에 높이 날려, 푸른 산 첩첩한 굽이를 순식간에 넘어가 구곡 청계수에 풍덩 빠지더니, 다시 불끈 올라 솟아 둥둥 떠내려가니, ” 여기서 ‘홍도화’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이씨 부인의 처지를 상징하고 있다.

고운 꽃 한 송이가 똑 떨어져 겪는 모습이나 이씨 부인이 첩첩 산중으로 시집오게 되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는 모습이 마치 이 글의 홍도화 가지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씨부인은 어린 나이에 조혼의 풍습 때문에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지체 높은 양반의 며느리로 시집을 오게 된다.

그러나 시집오자마자 남편이 병으로 죽고 청상과부로 살게 되다가 다시 재가를 하기까지의 험난하지만 주체적인 인간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첩첩 산중은 바로 우리고장 ‘포천’이다. 이 곳에서는 작가 동농의 나고 자란 고장임을 알 수 있게 영평(옛 포천지명) 8경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주인공 이씨의 모진시집살이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훗날 만나게 될 심상보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 운명적 장소로도 등장한다.

이 소설은 여성에 대한 해방을 선언하는 소설임과 동시에 구시대적 봉건사상을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가장 구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장 억압적인 현실로 살아가는 개인이 누구인가를 찾던 동농은 조혼의 풍습 때문에 어린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집을 가는 여성, 여자를 가르쳐서 무엇하냐며 배우지도 못하는 여성, 그러다 보니 깨어나지 못하고 구시대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가는 여성을 발견한다.

더군다나 남편의 죽음으로 과부가 되어 독수공방으로 마치 인형처럼, 집 잃은 짐승처럼 긴 세월을 보내면서 동시에 모진 시집살이로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자기운명의 피동적인 여성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본다.

특히 이 소설은 주인공 이태희 뿐 아니라 구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들 또한 여성이 중심이 된다.

같은 처지의 과부이면서도 모질게도 시집살이를 시키는 맞동서나 미신을 너무 믿어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본인 스스로도 개가한 후처로 살면서 개가한 전처 소생을 끔찍이도 미워하는 시동집이나 모두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개화하지 못하는 여성은 결국 모든 사람들을 구시대적 풍습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으며 갈등의 시초 또한 깨이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여성에게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결국 동농은 여성이 눈을 뜨고 개화를 해야 이 사회가 개화를 하고 실질적인 새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소설 홍도화를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화사상이 항상 옳거나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문화를 인습으로 몰아 일시에 없애려하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동농은 이 점에 있어서도 지나치지 않고 파헤쳐 언급하였다.

이글의 주인공은 이씨 부인은 개가를 한 이후 다섯 아이를 낳았으나 아이들이 다들 간질병으로 죽게 된다.

그 원인을 모르는 시어머니는 벽장 속에 숨겨 둔 신당을 잘 모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신당에 절을 하지 않고 공경하지 않는 며느리를 원망하여 좋은 약들을 다 버리며 손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오로지 무당, 판수의 힘에만 의지하게 된다.

물론 그런 봉건적 사고를 고발하려는 면도 있으나 그 가운데 이씨 부인의 태도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이씨 부인은 그런 시어머니를 알아듣게 타이르고 설득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어머니가 안 계실 때를 틈타 신당의 패들을 모두 불태우는 강력대응으로 나간다.

화해와 타협, 대화와 설득은 없고 오로지 배운 것만이 옳다는 교조적 개화의 모습이 많아 신, 구 간의 갈등, 시어머니와 신교육을 배운 며느리와의 갈등이 많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화이다.

결국 일제의 압제에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그 시절 동농은 우리민족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여성이 먼저 깨우쳐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여성에 대한 편견과 봉건적 생각을 바로잡아 한 인간으로서 여성이 새롭게 태어날 때 진정한 우리 민족의 자유가 실현됨을 소설 ‘홍도화’를 통해 주장했다.

지금도 여성의 개가(재혼)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때에 이미 100여년 전 여성의 자유와 진정한 양성평등을 외친 동농 이해조야말로 선각자이며 애국계몽 소설가라 평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