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보고싶은 외할머니

김미경 주부명예기자단 영북면지부장

보고 싶은 외할머니.

요즘 들어 할머니가 자꾸 그리워집니다.

외갓집은 우리 집 바로 옆에 이웃해 있었죠.

7남매 중에 가장 순하고 착하다 하여 저는 늘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터는 혼자 계시는 할머니가 외로우실 것 같아 외갓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기거하며 학교를 다니곤 했습니다.

한번은 두 살 아래 여동생과 서로 머리채를 잡고, 치고받는 싸움을 하다가 당신의 눈에 띈 적이 있었는데 당신께서는 언니에게 대든다고 동생만 야단치시는 바람에, 그것이 한이 맺혔는지 나중에 두고두고 동생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던 적도 있었죠.

그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결혼하겠다고 하여 친정식구들의 반대로 집에서 쫓겨났을 때, 아이를 임신해서 몸을 풀겠다고 들어왔을 때도 언제나 저를 반겨주신 건 당신이셨어요.

어려운 형편에 병원 갈 엄두도 못 내고 있을 때 우리 큰 딸 빈나를 손수 받아주시고 저의 산후조리까지 칠순이 넘은 나이에 해주셨던 외할머니, 그런 당신께서 노환으로 쓰러져 몸져누우셨는데도 저는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저 가끔 찾아뵙는 것 말고는 달리 해드린 것이 없었어요.

이웃집 할머니가 놀러 오셔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제일 슬퍼할 사람은 바로 저 일거라고 얘기 할 정도로 누가 보아도 당신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도 말이죠.

그런 당신이 이제 와 새삼 그립고 보고 싶고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당신의 주름진 얼굴, 늘 꼿꼿하고 품위 있었던 그 모습, 주무실 때 나지막한 코고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나이를 먹어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 늘어나고 흰머리를 신경써야 하는 중년의 손녀딸이 이제서야 거울 속의 자기 얼굴에서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나이를 먹을수록 할머니를 점점 닮아 가는 저의 모습처럼, 당신께서는 항상 저와 함께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으며 살아생전 한 번도 해드리지 못한 말을 제 속의 당신께 전하고 싶습니다.

"외할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