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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㊽

어머님의 기일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7월 03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1.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여인은 17살이 되던 해 걸어서 생전 처음 와본 마을에 시집을 왔습니다. 유난히도 일이 많았던 시집에서 여인은 이듬해 딸을 낳았습니다. 아들 넷, 딸 셋 7남매를 낳았지만 자식들에게 제대로 젖을 줄 시간이 없어 퉁퉁 불은 젖을 짜내며 새벽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만 했습니다.

산골에서 더이상 먹고살기가 힘들어 읍내로 나온 이후에도 그녀의 생활은 ‘전쟁’이었습니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차려 살림살이를 꾸렸고 그녀에게 자식들은 삶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녀의 바램대로 7남매는 모두 건강하게 장성했고 각자의 가정을 꾸렸습니다. 자식들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왔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언제나 자식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2. 시골 마을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동무들과 놀다가 배가고프면 엄마가 일하는 부엌에 가서 흙 묻은 손에 주먹밥을 받아먹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언제 어디서나 부르기만 하면 쫓아오는 하나님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이는 부엌에서, 잠자리에서 엄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엄마의 바램대로 큰 인물은 못됐지만 아이는 장성해 다른 여인을 만나 엄마 곁을 떠났습니다. 가끔 엄마를 찾았지만 ‘바쁜데 내 걱정은 말고 그만 가봐라’는 말을 진심인 줄 알았습니다. 이 아들이 엄마를 찾는 일이 갈수록 뜸해졌습니다.

3. 어머니는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몇 해 전 병마와 싸우면서도 하루도 거른적이 없었습니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했지만 차마 말리지 못했습니다. 90이 넘으신 어머니의 몸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자식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기 며칠 전 어머니는 온 힘을 모아서 자식을 뚫어지게 바라보시며 가르쳐야 할 자식을 가르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4. ‘사내가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해야지’ ‘사내가 말과 행동이 같아야지’ ‘사내가 한 번 뱉은 말은 책임 져야지’ '똥은 옆에두고 무엇을 먹어도 되지만 사람은 옆에두고 혼자 먹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시던 어머니는 어느날부터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이유를 물었더니 이제부터는 혼자서 가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시집 올때 하셨던 비녀 꽂은 머리를 평생 하고 사셨습니다. 비녀는 세상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어머니의 표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다른 세상으로 떠나신지 삼년째 되는 날이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부르면 곁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3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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