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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임/ 포천신문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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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전문가들은 위험(危險)과 위해(危害)를 구분해 말한다. 영어로 위험은 risk, 위해는 hazard 로 표기한다. 위해는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유발하는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사건(事件)인 데 반해, 위험은 주어진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可能性)을 말한다.
위해가 실제 해가 일어나는 상황(狀況)이라면, 위험은 미래의 확률과 가능성으로 추정(推定)된다. 실패하거나 목숨을 위태롭게 할 만한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위험하다’ 말하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일이나 그 같은 위험이 들이닥칠 때 ‘하자드’즉 ‘위해를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는 전례가 없어서 확률을 알기 힘든 상당히 불확실한 위험에 속한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오염수를 여과(濾過)하면 세슘 같은 대부분의 방사능물질을 국제 기준치 이하로 걸러낼 수 있고 이후 희석을 해서 30년 동안 조금씩 방출하기 때문에 바닷물이나 생태계의 오염은 무시해도 좋다고 주장한다.
삼중수소 같은 물질은 걸러내지 않지만 그 농도가 미미하기에 이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 ‘네이처’지는 관련 전문가 대부분이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 방류가 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문제는 시민들이 위험을 확률(確率)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인식(認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택한 위험이 아닐 때, 불확실성이 지배적일 때, 전문가의 의견이 갈릴 때, 시민은 계산된 확률보다 훨씬 더 높은 정도로 위험을 인식한다. 여기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정부, 언론, 과학자 단체가 안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일수록 시민들은 이런 얘기가 누군가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겉치레라고 생각한다. 이런 두 인식 사이의 거리가 커지면 거기에 음모론(陰謀論)과 괴담(怪談)이 비집고 들어온다.
오염수 방출을 놓고 우리 정부는 안전하다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해서 강조하지 않나싶다. 영국 교수는 후쿠시마 방류수를 마시겠다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국민은 이런 얘기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을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관의 측정과 검증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혹시라도 우리나라 해양에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하나라도 기준치를 넘으면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해서 오염수 방출을 중지시키겠다는 약속을 듣고 싶어 한다. 정부와 전문가를 신뢰할 때 음모론과 괴담은 사라질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만이 아니다.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변수가 아니고 언제나 튀어나올 수 있는 상수(常數)다.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독도(獨島) 영유권 문제는 하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일본은 어찌 됐던 우리에겐 도전이자 기회이며 모델이기도 하다.
과거의 적으로 대할 것이냐 미래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대할 것이냐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다. 모처럼 물꼬를 튼 한일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야 국민 모두가 응원과 격려 그리고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물 빠진 저수지’라는 말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시장은 잔인하리만치 냉정해 속아주는 척하다가도 ‘진짜’와 가짜를 끝내 구분해내고 만다. 그동안 수많은 가짜들이 음모론과 괴담으로 얼마나 사회를 어지럽혀왔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그간 단절됐던 한일관계가 셔틀외교로 뿌리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뿌리에 양분이 충분히 주어지면 나무 전체가 건강해지고 열매는 당연히 풍성하게 열린다. 반면 뿌리를 보지 않고 열매에 설탕물 주사를 놓는 데만 집중한다면 당장 과일은 달콤해질 것이나 그 나무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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