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부사의] 선입견(先入見)과 동기부여(動機附輿)

 
미국 뉴저지의 어느 작은 학교에 스물여섯 명의 아이들이 가장 허름한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저마다 그 나이 또래에서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전적(前績)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마약을 상습(常習) 복용했고 어떤 아이는 소년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린나이에 세 번이나 낙태를 경험한 소녀도 있었다.

 
이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와 선생님들이 교육을 포기한 아이들이었다. 말 그대로 문제아(問題兒)들이었다. 잠시 후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앞으로 이 반을 맡게 될 베라 선생님이었다. 수업 첫날 그녀는 다른 선생님들처럼 학교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으며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다음 세 명 중에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판단해보세요”

 
그녀는 칠판에 다음과 같이 썼다.

A)부패한 정치인과 결탁(結託)하고 점성술(占星術)을 믿으며 두 명의 부인이 있고 줄담배와 폭음을 즐긴다.

 
B)두 번이나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고 정오까지 잠을 자며 아편을 복용한 적이 있다. C)전쟁 영웅으로 채식(菜食)주의자이며 담배도 안 피고 가끔 맥주만 즐긴다. 법을 위반(違反)하거나 불륜관계(不倫關係)를 가진 적이 없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만장일치로 C를 선택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절대적 잣대는 기준이 없어요. 여러분이 옳다고 믿는 것이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 세 사람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예요.

 
A는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1882~1945 미국), B는 영국 제일의 수상인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1874~1965 영국), C는 수천만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나치스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1889~1945 독일) 예요“

 
순간 교실에는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 베라 선생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을 판단하게 해주는 건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니까요. 이제 어둠 속에서 나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세요. 여러분은 모두 소중한 존재(存在)이고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그들의 운명을 조금씩 변화시켜갔다. 세월이 흘러 어떤 아이는 심리학 의사가 되었고, 어떤 아이는 법관이 되고 비행사가 되었다. 그 중 반에서 가장 키 작고 말썽쟁이였던 로버트 해리슨이란 소년은 현재 금융(金融)의 중심인 미극 월 스트리트에서 촉망(囑望) 받는 경영인이 되었다.

 
동기부여가 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이다. 과거의 실수와 잘못이 그 사람의 미래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 한 번의 실수는 그저 실수일 뿐이다. 그것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오점(汚點)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난하고 나약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적어도 한번쯤은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장점이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그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眼目)이요, 그것을 판단(判斷)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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