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자재암 전설
裸女의 유혹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6년 03월 22일
원효스님이 참선에 들었는데 어디선가 여자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이토록 깊은 산속 밤, 폭풍우 속에서 여인이 찾아 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소리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탓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지며 참선을 하며 중얼거린다.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결코 이 토굴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
자세를 고쳐 점차 禪定에 든 원효스님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센 빗소리를 분명히 듣는가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아득함을 느꼈다.
‘마음, 마음은 무엇일까?’
원효스님은 둘이 아닌 분명한 본래 모습을 찾기위해 무서운 내면의 갈등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바지직’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순간 원효스님은 눈을 번쩍 떴다.
비바람이 土幕안으로 왈칵 밀려 들었다.
밀려 오는 폭풍우소리에 섞여 들어오는 여자의 음성이 들려서 스님은 귀를 의심하였지만 여인은 애절히 “원효스님 원효스님, 문좀 열어주세요.”
스님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다음순간 망설였지만 여인은 황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애원을 하여서 스님은 문을 열었다.
왈칵 바람이 안으로 밀려들면서 방안의 등잔불이 켜졌다.
“스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에 찾아와서...”
칠흙의 어둠 속에 비를 맞고 서있는 여인을 보고도 스님은 선뜻 들어오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스님, 하룻밤만 비를 피하고 가게 해 주셔요.”
여인이 간곡한 애원에 스님은 문 한쪽으로 비켜섰다.
여인이 토막으로 들어섰다.
“스님 불좀 켜주세요. 너무 컴컴해요.”
스님은 묵묵히 화롯불을 찾아 등잔에 불을 옮겼다.
방안이 밝아지자 비에 젖은 여인의 육체가 눈에 들어왔다.
와들와들 떨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스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제 몸 좀 비벼 주셔요.”
여인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 있던 스님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공연히 들여 놨나 싶어 후회했지만 떨며 신음하는 여인을 안보려고 스님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비에 젖어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일어나는 것. 내 마음에 색심이 없다면 이 여인이 목석과 다를 바 있으랴.”
스님은 부지중에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안아 침상에 눕히고는 언몸을 주물러 녹여주기 시작했다.
풍만한 여체를 대한 스님은 묘한 느낌이 일기 시작하자 스님은 자재 하려고 여인을 침상에서 밀어냈다.
“나의 오랜 수도를 하룻밤 사이에 허물 수야 없지.”
이미 해골물을 달게 마시고 「일체유심조」의 도리를 깨달은 스님은 다시 자기정리를 시작했다.
“해골을 물그릇으로 알았을 때는 그 물이 맛있더니, 해골을 해골로 볼 때는 그 물이 더럽고 구역질이 나지 않았나.
일체만물이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였으니 내 어찌 더 이상 속으랴.”
이 여인을 목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여인으로 보면서도 마음속에 색심이 일지 않으면 자신의 공부는 온전하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다시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여인의 몸을 비비면서 염불을 외우며 여인의 풍만한 육체는 여인의 육체가 아니라 한 생명 일 뿐이리 생각하며 스님은 여인의 혈맥을 찾아 한 생명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남을 돕는 것은 기쁜 일. 더욱이 남과 나를 가리지 않고 자비로서 도울 때 그것은 이미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이 되는 것이다.
돕고 도움을 받는 자의 구별이 없을 때 사람은 경건해진다.
여인과 자기의 분별을 더 나가 한 생명을 위해 움직이는 손은 원효스님은 마치 자기 마음을 찾듯 준엄했다.
여인의 몸이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린 여인은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스님 앞에 일어나 앉았다. 여인과 자신의 경계를 느낀 스님은 순간 밖으로 뛰쳐 나왔다.
폭풍우 지난 후에 아침해는 더욱 찬란하고 장엄했다.
간밤의 폭우로 물이 많아진 옥류폭포의 물기둥이 폭음을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스님은 훨훨 옷을 벗고 옥류천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다. 뼛속까지 시원한 물 속에서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데 여인이 다가왔다.
“스님, 저도 목욕 좀 해야겠어요.”
여인은 옷을 벗어 던지고는 나체로 물 속으로 들어와 스님 곁으로 다가왔다.
아침햇살을 받은 여인의 몸매는 눈이 부셨다. 스님은 생명체 이상으로 보이는 그 느낌을 자제하고 항거하다가 결국 스님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너는 산중에 수도하는 중을 유혹해서 어쩌자는 거냐?”
“호호호, 스님도, 어디 제가 스님을 유혹합니까? 스님이 색심을 갖고 저를 색안으로 보시니까 유혹한다고 느낀 것이지요.”
여인이 던진 말을 듣는 순간 큰 법 방망이로 얻어맞은 듯한 스님의 머리는 무한한 혼돈이 일었다.
‘색안으로 보는 원효의 마음’이란 여인의 목소리가 계속 스님의 귓전을 때렸다.
거센 폭포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하여 여인의 음성이 혼돈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후비고 들어올 뿐. ‘색안으로 보는 원효의 마음’을 거듭거듭 뇌이면서 원효스님은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자 폭포소리가 들렸고 캄캄했던 눈앞의 사물이 제빛을 찾고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의식되는 눈앞의 경계를 놓치지 않고 원효스님은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원효스님은 처음으로 빛을 발견한 듯 모든 것을 명료하게 보았다.
“옳거니, 바로 그거로구나. 모든 것이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그 마음까지도 버려야하는 그 도리!”
스님은 물을 차고 일어섰다.
그의 발가벗은 몸을 여인 앞에 아랑곳없이 드러내며 유유히 걸어나왔다.
주변의 산과 물, 여인과 나무 등 일체의 모습이 생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어느새 금빛 찬란한 후광을 띠운 보살이 되어 폭포를 거슬러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원효스님은 그 일이 있은 후 암자를 세우며 자기의 몸과 마음을 시험 당했지만 성찰의 길을 열어준 곳이라 하여 절 이름을 自在庵이라 지었다.
지금도 동두천을 감싸고 단풍으로 유명한 소요한 골짜기에는 보살이 목욕을 하며, 원효스님을 시험하고 깨우쳤다는 먼 전설을 안은 옥류폭포가 떨어지고 있고, 그 앞 자재암에는 나한 부처님이 중생을 번뇌망상 일깨워주려고 풍경소리와 폭포소리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 |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6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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