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적 상상력과 포천

공명수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자연환경에 관한 견해를 피력하였으나 그들이 밝히는 입장들은 환경보호차원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선입관으로부터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보호에 관한 철학적, 이데올로기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역사, 사회, 정치,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생태학은 여러 환경론들을 떠받쳐 주고 있는 사상과 철학에다 인간세계의 여러 난제들을 아우르는 매우 폭넓은 인식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이 인식구조는 현대환경론자들이 기초하고 있는 자연환경에 대한 문제인식과 더불어 기존의 사회체제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사회 패러다임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착취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착취구조와 무관한 것이 아니므로 자연문제의 해결방향이 인류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분명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속에는 지금까지 인간세계가 가장 골몰해 온 중심과 주변, 주체와 타자, 여성과 남성, 그리고 현대와 전통 등의 이항대립구조를 개선하려는 공존윤리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세계의 엔트로피적 위기가 지금까지 인간이 지나치게 과학문명을 앞세워 하나의 유기체인 자연환경을 독점하여 왔기 때문에 일어난 필연적 결과물이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다.

일종의 ‘일에 소모된 에너지의 찌꺼기’라고 말할 수 있는 엔트로피는 많은 일이 행해짐에 따라 더 많은 엔트로피가 쌓이기 마련이고, 이러한 엔트로피는 생태계가 처리할 수 없는 이상으로 축적되면 엔트로피의 대폭발, 즉 열사 현상이 일어나 우리의 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현재세계의 엔트로피적 위기의 진단은 인간이 자연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새로운 자각을 일깨워 주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인간의 도덕적 인식체계에 대한 재점검의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생태학적 세계관은 자연이 지닌 본래의 속성을 회복하고 이것을 인간세계에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탐색은 인간이 오만과 독선으로 자연 생태계의 파괴 위에 문명세계를 건설하여 지금의 위기가 초래하였으므로 우리 인간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자연의 질서화에 대한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인간세계와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보자는 상상력이 넘친 목소리와 함께 한다.

이 생태학적 상상력은 인간의 마음이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우주의 섭리와 질서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생물권 전체의 운행과 활동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 자각이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리에는 일차적으로 전체와 부분이 조화되고, 획일적인 구조보다 다양하고 창조적인 과정을 중시하고, 그리고 모든 생물권을 유기적으로 폭넓게 인식할 수 있는 관찰자의 역할이 강조된다.

생태학적 패러다임은 전체와 부분의 유기적인 조화를 중시한 그리스 식 접근방법에다가 우주를 불가사의한 신비성의 그물로 보려는 동양적 사고와 합리주의의 순기능적 요소를 결합한 원리이다.

이 세계관이 지향하는 상호공존의 틀은 과거의 현재성과 현재의 과거성을 모두 포괄하면서 17세기 자연관이 지닌 주술과 마성의 신비주의, 그리고 모든 생명의 다양한 현상들의 변화와 변형 및 환성 모두를 수용한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견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리에 따라 합리주의에다 도교같은 동양사상을 접목하면 희랍이나 요순시대에서나 가능했던 안과 밖, 그리고 표면과 이면이 조화되는 유기적인 세계의 건설이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생태학적 세계는 중심문화와 주변문화, 산업주의와 탈산업주의, 그리고 과학과 신비성이 지닌 순기능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패러다임의 속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생태학에 관한 주요 이론가들로는 『공동의 협력』의 저자 피터 크로포트킨,『자유의 생태학』의 저자 머레이 북친, 그리고 『생태학의 심층』의 저자 빌 디밸 등을 들 수 있다.

디밸은 19세기와 20세기에 생태의식과 과학을 아우르는 이상적인 유토피아 공동체로 ‘파리 코뮌’이나 ‘뉴 잉글랜드 타운’이나 뉴욕과 시카고의 ‘민속 공동체,’ 그리고 1930년대 스페인의 아나키스트들이 도모한 ‘생태 공동체’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가 바람직한 생태학적 사회를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주요 항목으로 탈중심적, 비계급, 민주적 질서, 소수 공동체, 지방자치주의, 자기 책임과 신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솔선수범하는 지도력, 존재 그 자체의 존중, 민속의식, 민족주의, 실존주의, 자연과의 개방적인 대화, 동물이나 식물의 공존, 그리고 유기적 가치관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을 포함한 많은 생태론자들은 인간세계가 공업화, 도시화, 문명화, 그리고 환경파괴를 그만두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간들 개개인이 일상화된 세속적인 삶의 행위를 중단하고 자연적인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매우 급진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들은 현재의 엔트로피적 위기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바람직한 현실적 대안을 찾으려 한점에 있어서는 급진적 생태론자들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하겠다.

그들은 지금의 문명사회를 완전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인간의 개개인 생활에 편의성과 효율성을 주고 있는 문명의 순기능적 요소는 받아들이고, 반면에 인간생활에 폐단을 가져오는 화학무기나 전쟁무기 등의 개발에 활용되는 문명의 역기능적 요소는 과감하게 버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온건주의자들이 펼치는 입장은 현재의 과학이 지닌 장점들을 긍정하고, 그리고 중세적 자연관인 범신론을 살리면서 기계론적 세계관의 순기능을 수용한다면 공존의 세계관의 정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데서 출발하는 것인데, 사실 그들의 이러한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베이츤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공존의 세계는 사회 구성원들 개개인의 인식의 대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서 인간의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택된 자들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그들의 독선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어 현재의 엔트로피적인 혼돈의 위기가 초래되었으므로 현재는 무엇보다도 파편화 되고 이질화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마음이 타락할 때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므로 마음이 곧 자연환경의 파수꾼이자 도덕윤리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극단주의에 의해 분리되어 온 마음과 자연, 종교와 생물학, 그리고 신성과 인성을 조화시키는 인식의 대전환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시점이다.

자연 속에서 생물체 모두가 유기적인 공존관계를 맺고 있듯이 중심과 주변, 주체와 타자, 현대와 전통, 도시와 농촌을 생태계의 유기적 원리에 따라 아우르면 우리는 서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이 말은 대자연의 이치를 삶의 현실로 환원하여 생각해 보면 중심이든 주변이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상호연결과 상호의존의 큰 틀 하에서 공생, 공존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 포천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학자의 눈으로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언급하기에 앞서 포천의 생태학적 요소들을 상상해 본다면 포천은 우리 모두가 희구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도시의 요건들로부터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선 나는 중심보다는 주변, 거창한 것보다는 작은 것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진정으로 솟아 날때 “생태학적 상상력과 포천”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